엘리엇, 현대차·모비스에 황당 요구 “8조 배당해라”
엘리엇, 현대차·모비스에 황당 요구 “8조 배당해라”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2.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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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메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터무니없는 금액의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보유 주식 가격의 하락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자 무리한 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현대차와 모비스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에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은 현대차의 경우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현대모비스의 경우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등이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배당총액은 현대차는 5조8000억원, 현대모비스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배당금으로 주총에 올린 보통주 1주당 4000원보다 4~5배 많은 규모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매입한 이후 주가하락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자 터무니 없는 수준의 요구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결국 주주 행동주의 펀드를 자처하지만 회사 경쟁력과 무관하게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속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이 외에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각 3명,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제안으로 추천했다. 다만 이들의 경력과 전문성이 특정 산업에 치우쳐 있고 이해 상충 등의 우려가 있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추천 사외이사가 전문성 면에서 적정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 측은 “배당은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수립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측도 “2조5000억원의 대규모 현금배당은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며 “중장기 투자계획과 현금운용계획에 기반한 배당 및 주주환원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이사회는 엘리엇이 요구한 정관 일부 변경 관련 보수위원회 설치 안건의 경우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고,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성에 부합하므로 정관 개정을 통하여 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미 설치하여 운영 중인 투명경영위원회를 정관에 명시하는 주주제안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 및 긍정적 검토 의견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