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로…책임경영 강화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로…책임경영 강화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2.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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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경영체제 본격화…위기의 車 사업 판도 주도 의지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선다. 내달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것. 그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대표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난해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발탁 된 이후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가 갖춰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 및 미래성장동력 추진 과정에서 책임경영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 현대모비스는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결의했다.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 선임이 완료되면 별도의 이사회를 개최하고 대표이사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이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자동차 대표를 맡은 이후 처음이다. 앞서 기아차는 정 부회장을 비상근 이사에서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하기로 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ㅣ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ㅣ사진=현대차그룹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내달 주총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를 맡고 기아차,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를 맡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은 ICT 융합, 공유경제, 인공지능, 스마트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요약되는 미래산업 전환기에서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혁신과 변화를 독려하고, 과감한 도전을 적극 추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그는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을 선도해오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정 부회장이 향후 글로벌 우수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영입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현대모비스가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주도하고 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회사로 거듭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정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오너3세로서 책임 경영을 본격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판매 부진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는 중이다.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 미국 헤지펀드의 경영권 분쟁 등의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평소 주주, 투자자,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점을 대표 발탁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주권익 보호와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선순환 구조 형성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이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 전략 및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확대 약속을 위해 1주당 기말배당 3000원을 확정했다. 지난해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1주당 총 4000원의 배당이 이뤄지는 셈이다. 내달 주총에서 배당안이 확정될 경우 전체 배당금 규모가 우선주까지 더해 총 1조1000여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지난해 주당 3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배당총액은 3788억원으로 향후 3년간 1조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이와 함께 향후 3년간 1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위한 인선도 강화했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처음으로 외국인 사내이사인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사외이사로세계적 금융 전문가인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유진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경제학계 거버넌스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는 전문 엔지니어 경력을 갖춘 경영자 출신 칼-토마스 노이먼(Karl-Thomas Neumann) 박사와 미국 투자업계 전문가인 브라이언 존스(Brian D. Jones)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외국인 사외이사가 등장하는 것은 현대모비스 창사이후 처음이다. 

한편, 정 부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임기가 만료된 현대모비스의 대표로 재선임된다. 당초 정 회장이 퇴진하리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정 부회장과 현대차·현대모비스에서 정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아 책임경영 체제를 이어가리라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이사회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면서 주주권익 극대화,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종합적인 처방을 내놨다”며 “이로서 정 부회장은 향후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지배구조개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