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승부사'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하나은행장 선임·비은행 강화' 승부수 띄울까
[핫트리뷴] '승부사'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하나은행장 선임·비은행 강화' 승부수 띄울까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2.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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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은행장 연임, 김 회장 연임 때와 닮아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로 비은행부문 강화 의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신성장동력 확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제공=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7년째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그룹을 초격차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낼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들어서만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굵직한 사업들을 예고한 상태다.

탄탄한 실적도 경영활동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2조24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동안 하나·외환은행 통합, 연임 과정에서 불거진 당국과의 갈등, 채용비리 논란 등 위기를 정공법으로 돌파했던 '승부사' 김 회장이 올해 어떤 경영성과를 보여줄지에 관심이 모인다.

우선, KEB하나은행장 인선작업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연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노조와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 금융당국을 설득하고, 빠른 시일 내 조직 안정화를 이뤄내야 하는 게 김 회장의 첫 번째 임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28일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를 2명(숏리스트)으로 압축한다. 지난해 김정태 회장 연임 때의 상황을 들여다 보면, 숏리스트 선정 후 일주일 내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최대 관전포인트는 함영주 행장의 연임 여부다. 이미 그룹 안팎에서는 함 행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전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영주 행장의 경우 워낙 임기 중에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임추위는 김정태 회장과 윤성복 전 삼정KPMG 부회장,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 백태승 연세대 로스쿨 교수 등 4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김정태 회장의 의중이 함 행장의 연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함 행장의 연임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노조의 반발이 극심한 데다 함 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하나은행이 국내 최대 금융사인 만큼 CEO 리스크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김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초 하나금융이 김 회장의 연임을 추진할 때와 일견 닮았다. 당시 김 회장은 연임 과정에서 지배구조 승계절차가 최고경영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금융당국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김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면서 당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등 갈등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김 회장과 금융당국과의 불편한 관계는 최 전 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금감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진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 관련 정보를 하나금융 쪽에서 흘렸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반대에도 김 회장이 정면 돌파로 결국 연임을 이뤄냈던 전례를 봤을 때, 이번 하나은행장 선임에서도 같은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있다.  

하나은행장 선임 다음 단계는 비은행부문 강화다. 하나금융의 비은행부문 비중이 약 6%로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비은행부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지주로, 31%다.

최근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 5~6위를 형성하고 있는 롯데카드와 하나카드가 합병할 경우 단숨에 업계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잇단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고객 확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도 뛰어들며 그룹을 다각도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 19일 SK텔레콤, 키움증권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새로운 수익 모델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은 핀테크와 AI,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와 SK텔레콤의 ICT 기술력, 키움증권의 온라인 증권 운영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혁신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디지털·글로벌' 투트랙전략을 올해 경영방침으로 삼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려면 기술, 조직문화, 인재 등 전 분야에서의 '디지털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미 지난해 10월 그룹의 디지털 비전 선포를 통해 2018년을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공표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 경쟁 포화 등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자는 것이 김 회장의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글로벌 부문에서 2855억원의 잠정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9.5%(467억원) 증가한 규모로, 전체 순익의 12.7%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 글로벌 수익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에는 젊은 인구구조와 저렴한 인건비로 성장 여력이 높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방침이다.

올해 금융산업 전망은 밝지 않다. 대내외 경기 부진과 국내 시장 포화,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환경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끈하고 대범한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다음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프로필이다.

▲1952년생(68세) ▲1971년 경남고등학교 졸업 ▲1980년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 졸업 ▲1994년 하나은행 송파지점장 ▲1997년 하나은행 중소기업부장 ▲1998년 하나은행 지방지역본부 본부장 ▲2000년 하나은행 가계영업점 총괄 본부장 ▲2001년 하나은행 부행장보(가계고객사업본부) ▲2002년 8월 하나은행 부행장보(지원본부) ▲2002년 12월 하나은행 부행장(영남사업본부) ▲2003년 하나은행 부행장(가계고객사업본부) ▲2005년 하나은행 부행장 겸 가계금융그룹 총괄 대표(상임이사) ▲2005년 12월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 하나은행장 겸 하나금융그룹 가계금융 Business Unit 대표 ▲2012년~ 하나금융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