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간경화 환자, 서울아산병원서 생체간이식 받고 새 삶
美 간경화 환자, 서울아산병원서 생체간이식 받고 새 삶
  • 김도은 기자
  • 승인 2019.02.25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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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탠포드 병원서 추천해 한국行, 지난해 12월 아내 간 이식받고 오늘 귀국

[비즈트리뷴=김도은 기자] 미국 대학병원에서도 치료가 힘들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간경화 환자가 국내에서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 환자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 의료진이 우리나라 생체간이식 실력을 믿고 직접 부탁한 환자로 알려져 국내 의료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수준임을 또 한번 증명하게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찰스 칼슨(CHARLES CARSON, 47)씨는 지난 2011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간경화와 골수 이형성 증후군을 차례로 진단받았다. 골수 이형성 증후군은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혈소판, 백혈구 등 혈액세포가 줄어 면역기능 이상, 감염, 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만성 백혈병으로 진행되는 위험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 생체간이식 미국인 환자와 의료진 단체사진ㅣ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생체간이식 미국인 환자와 의료진 단체사진ㅣ서울아산병원

칼슨 씨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10회 이상 받았지만 간 기능이 나빠져 더 이상 치료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미국 장기이식 네트워크(UNOS)에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긴 대기 시간이 문제였다. 뇌사자 간이식을 받게 될지 불확실한 가운데 시간만 흘렀고, 간 질환 때문에 항암 치료를 이어가지 못해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칼슨 씨가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는 생체간이식 외에는 달리 없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체간이식 경험이 적은 미국 간이식센터에서는 동반된 골수 질환 때문에 수술을 꺼려했다. 사소한 수술 합병증에도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그때 재미교포로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간을 전공하고 있는 교수가 칼슨 씨에게 “생체간이식은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했다. 칼슨 씨 역시 5000건 이상 세계 최다 생체간이식 기록뿐만 아니라 간이식 1년 생존율이 97%로 미국(89%)을 넘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실적을 찾아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는 지난해 11월 초 칼슨 씨 진료기록과 검사영상을 검토했다. 스탠포드 의료진 역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환자를 부탁해왔다.

칼슨 씨는 11월 중순 처음 한국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어려운 케이스였던 만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도 혈액내과와 긴밀하게 협의해 치료계획을 세웠다. 환자가 복잡한 수술을 버티고 합병증 없이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검사 결과를 반복 검토하고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수술 및 치료계획을 수립했다.

12월19일 간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기증자는 아내(헤이디 칼슨, HEIDI CARSON, 47)였다. 칼슨 씨는 간경화로 인한 잦은 복막염으로 유착이 심했고, 간 문맥 혈전과 부행혈관이 발달해 있어 수술은 고도의 집중력과 고난도 기술을 요구했다. 보통 10시간 안팎으로 걸리는 생체간이식 수술에 비해 8시간이 더 걸렸고, 엄청난 양의 수혈이 진행됐다.

골수기능에 문제가 있고 예상보다 간 기능이 빨리 회복이 되지 않았던 칼슨 씨는 수술 후에도 위험한 순간이 종종 찾아와 오랜 기간 중환자실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치료 덕분에 고비를 넘겨 올해 2월 중순부터는 일반병실에서 회복할 수 있었다.

칼슨 씨는 “한국에서 입원했던 기간 동안 의료진 모두가 나의 건강을 신경써준 덕분에 불편함 없이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며 "다시 미국에 돌아가 아이들과 일상을 즐기고 싶고, 나와 가족들이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아산병원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환자를 처음 의뢰받았을 때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환자와 가족이 병에 대한 이해가 깊고 워낙 치료 의지가 강했다"며 "치료과정에서는 간이식팀 의료진 전원이 환자 상태를 매일 공유하고 고민하며 함께 노력했고 환자 상태가 악화됐을 때조차도 믿고 잘 따라준 환자와 가족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뇌사자 간이식은 미국이 발전했지만 생체간이식은 우리나라 치료 실적이 월등해 해외 의학자들도 의술을 배우러 온다"며 "미국 10대 병원으로 손꼽히는 스탠포드 대학병원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인정하고 환자를 믿고 맡겼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며 앞으로도 생체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전세계 환자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 기능이 회복된 칼슨 씨는 항암 치료를 다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골수이식은 이식 후 1년 이상 정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칼튼 씨는 25일 귀국해 미국에서 검사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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