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지만 느끼기 시작한' 카드사 혜택 축소…무이자할부 줄고, 할부수수료 오르고
'예상했지만 느끼기 시작한' 카드사 혜택 축소…무이자할부 줄고, 할부수수료 오르고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2.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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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카드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사 수수료수익 연 8000억원 감소 전망
업계 전문가들 "소비자 혜택 축소 추세 가속화"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직장인 K씨는 지난해 10월 아내 생일 선물을 준비하면서 카드사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결혼 10주년을 맞아 큰 맘 먹고 명품 가방을 사주기로 결정했는데, L 쇼핑몰에서 A 카드사가 6개월 무이자 할부는 물론 7% 청구할인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K씨는 200만원 짜리 가방에서 7% 청구할인된 186만원을 6개월간 나눠 갚을 수 있어 당장 목돈이 들어가는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K씨와 같은 카드사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잇단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이런 혜택을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K씨가 이용했던 쇼핑몰 역시 무이자 할부는 유지하면서도 7% 청구할인 혜택은 지난해 말부터 중단됐다.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예상됐던 카드사 수수료 인하 폭탄이 일반 카드 고객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수수료 수익이 연 8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이고, 할부수수료를 올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가맹점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연 8000억원 규모의 수수료수익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가맹점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연 8000억원 규모의 수수료수익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실제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는 일부 온라인쇼핑몰 무이자 할부혜택을 기존 2~6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했다. 롯데카드는 이달부터 일부 온라인쇼핑몰 무이자할부 혜택을 중단했다. 우리카드도 지난달부터 차량정비·렌트, 학원, 뷰티, 화장품, 인테리어업종 등에서 제공했던 2~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없앴다.

할부수수료를 인상한 곳도 나왔다. 국민카드는 다음달 16일부터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최저 할부수수료를 기존 연 4.3~15.58%에서 연 8.6~14%로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이 같은 소비자 혜택 축소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카드수수료를 개편함에 따라 전체 가맹점의 96%(263만개)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되면서 연 8000억원의 카드수수료가 경감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연 8000억원의 카드수수료 경감분은 결국 8000억원의 손실을 의미한다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순익 감소는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43.2%나 감소한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실적 악화 배경으로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를 꼽았다. 삼성카드도 순이익이 10% 가량 줄었다. 국민카드와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순이익이 오른 카드사들도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오히려 실적이 하락하거나 손실을 방어하는 데 그쳐야 했다.

특히, 카드사들은 잇단 카드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가맹점수수료 사업보다 대출, 현금서비스 등 '부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카드사 직원들이 스스로를 '대부업체 직원'으로 소개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본업인 가맹점사업은 수수료가 계속 인하되면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적자가 계속되면 그건 망했다는 얘기와 같은데,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호소했다.

올해는 카드수수료 개편안이 본격 도입되고,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른 소비자 혜택 감소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카드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사에서만 3년간 1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카드사와 카드 회원이 부담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수수료 개편 초기에는 상품에 탑재되지 않은 부가서비스가 축소되고, 점진적으로 상품에 탑재된 서비스까지 없어지면서 연회비도 인상될 것"이라며 "올해부터 1000억원, 2020년 3000억원, 2021년 5000억원 등 총 9000억원의 카드 회원 혜택 감소분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오히려 소비자 불이익을 불러일으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