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조원태 사장, 비주력계열 5사 자발적 하차 …왜?
한진가 조원태 사장, 비주력계열 5사 자발적 하차 …왜?
  • 승인 2017.06.1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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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감몰아주기 의혹해소 차원 '지분정리' 이어지나
▲ 조원태 사장 ㅣ 대한항공
 
[비즈트리뷴] 한진그룹 경영 후계자 조원태 대한항공사장이 비주력계열사 5사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15일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주력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만 유지하게된다.

한진가 오너들은 특히 그룹 IT 계열사 유니컨버스 개인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무상으로 증여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벌 저격수' 김상조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으로 취임하며 강도높은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예고되는 만큼 '선제조치'를 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있다.

■유니컨버스는 어떤 회사?

유니컨버스는 기업용전산망과 클라우드구축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그룹 IT 계열사다.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가 38.9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7.76%,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27.76%,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54% 등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유니컨버스의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비중이 21.5%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되는 수준이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계열사는 오너일가가 상장회사의 경우 30%, 비상장회사는 2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불공정 내부거래를 할 수 없다.

유니컨버스는 2009년부터 2016년 4월까지 대한항공의 콜센터를 위탁 운영한 이후 대한항공에서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 등을 유리한 조건으로 받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5년 11월에는 기내면세품 판매 대행 등 온·오프라인 사업을 전담하던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문제 해소를 위해 자발적으로 대한항공에 지분 전량을 매각한 바 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 잘라내기?

대한항공은 이날 조 사장의 사퇴에 대해 "그 동안 한진칼이라는 그룹 지주회사 대표이사로서 핵심 계열사의 전반적 경영 현황을 살펴야 하는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계열사의 대표이사 직책을 맡아왔다. 하지만 핵심 영역에 집중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보다 투명하고 충실한 기업 경영을 위한 사회적인 요구에 발맞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퇴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자진납세의 성격'이 강한 조치로 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오해를 사지않겠다'는 선제적 결단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조 사장은 지난해 11월 그룹내 내부거래와 관련 공정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전례도 있다.

한편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위 규제대상 기업으로 효성이 17개사로 가장 많고, GS(15개사), 부영(10개사) 등이 10개사를 넘었다.

그 뒤를 이어 영풍(6개사), 롯데·CJ(5개사), 현대자동차·OCI(4개사), 한화·대림·미래에셋 ·KCC(3개사), LG·한진·LS·금호아시아나(2개사), 삼성·신세계·두산·현대백화점(1개사) 순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김상조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한진그룹처럼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위한 지분 정리, 순환출자 해소 작업 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권안나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