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단상] "산모들이 미역도 못묵는 판국에 원전이 정치적 문젭니꺼"
[6월 단상] "산모들이 미역도 못묵는 판국에 원전이 정치적 문젭니꺼"
  • 승인 2017.06.0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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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려흔기자
[비즈트리뷴] "부산이 요즘 난리아인교. 요새 임산부들이요, 기장미역을 안묵는다입니꺼?  비싸도 완도산 돌미역 사묵심더... 이게 다 원전때문이라예!"

최근 부산을 방문했을때, 현지의  한 택시기사는 흥분하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원자력발전소를 지척에 두고 살을 부비고 사는 지역인 입장에서 내뱉는 우려는 결코 가볍지 않게 들렸다.

최근 일본에서 발견된 변형 동식물은 SNS상에서 적지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중에는 신기할 정도를 넘어 상상도 못했던 충격적인 형상의 동식물도 등장했다. 

주 요인은 물론 2011년 3월, 지진과 지진해일의 여파로 최고 위험등급의 원자력 사고 '후쿠시마 사건'이다. 

태평양 건너의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특히 부산 지역의 시민이나 주민들이 체감하는 공포지수는 타 지역에 비해 끔찍한 수준이다.

원전의 가장 큰 문제는 핵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이다.

원자력 발전은 핵연료가 중성자와 핵 반응을 일으키며 발생되는 열로 물을 끓인다. 이것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연료가 우라늄이다. 우라늄을 가지고 핵분열을 시켜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방사선이 나오는데 이 방사선은 우리 몸에 아주 치명적이다.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헐크는 주인공이 방사능에 노출돼 괴력을 가진 존재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영화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방사능 피폭은 초능력을 가진 영웅을 탄생케 하는 것이 아니라 내장부터 녹아내리는 고통이 시작된다고 알려져있다.

이런 상황이 처한 다면,  이른바 암은 감기와 같은 흔한 병이 되는 셈이다. 


■ 국내 핵폐기물 위험성, 이미 적신호 

방사선의 무서운 특징 중 하나는 오랜 기간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은 무해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민을 무시하고 호도하는 발언이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특히 원전 폭발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킨다.
 
현실은 다르다.

원전은 굳이 폭발하지 않아도 방사선 폐기물을 내뿜고 있다. 이 방사능 쓰레기들은 생태계에 절대 함부로 노출시켜서는 안되는 암적인 것이다.

들여다보고 있기만 해도 죽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물론 이 암덩이들을 무독화하는 기술은 안타깝게도 현재 인류에게 존재하지않는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중수로형 월성원전은 2019년부터, 경수로형 원전은 한빛·고리(2024년),한울(2037년),신월성(2038)년 순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준위 영구처분시설의 부지선정에 있어 과학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약 12년이 소요될 것이며 부지확보 이후 중간저장시설 건설과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 건설·실증연구(약 14년 소요)를 동시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끝이 아니다. 지하연구시설에서 실증연구 이후 영구처분시설 건설까지 약 10년이 소요된다.

다시 말해 원전을 한번 돌렸을 때 나오는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간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게 아니다.

처리할 시설도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 원전건설은 미래세대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국내 폐기물 임시저장소들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고준위 핵폐기물은 4년마다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 처분 시설은 현재 없다.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만 있을 뿐이다.

핵폐기물이 안전해질 정도까지 걸리는 기간은 중·저준위 폐기물 300년 이상, 고준위 폐기물 10만년에서 100만년 이상이다.

그 기간동안은 인간으로부터 최대한 격리돼야 하는 상황이라, 과학자들은 지하 깊숙한 곳에 매립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핀란드 발트해 연안 올킬루오토 섬에서 건설되고 있는 핵폐기물 매립장이 가장 적합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원전국이라면 골머리를 앓을 핵폐기물 매립장 건설에 '올킬루오토 프로젝트'는 전 세계 운용국들에 선망 대상이다.

이 핵폐기물 매립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기반암층으로 지하 100층 깊이로 파 10만년간 사용 후 핵폐기물 6천500톤(t)을 안전하게 보관하게 된다. 지난 2004년부터 터널 공사가 마무리되고 폐기물 주보관소 건설에 들어가 2020년 완공될 것으로 알려졌다.

좁은 땅에서 핵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그들이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새 정부, 탈원전까지 갈 수 있는 방안 철저해야

지난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련 기본계획'은 '날치기적'이라는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고준위폐기물 처리를 두고 30여년에 걸쳐 국민들과 소통한 핀란드와는 달리 불과 몇개월만에 고준위폐기물에 대한 심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처분부지 선정과정에서도 투명성과 민주성을 인정받은 스웨덴의 '발틱 모형'의 사례를 한번쯤 검토해 봤는지 의문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신규 원전건설 전면중단과 건설계획 백지화, 신고리 ·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새정부는 현재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원자력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국정기획위 김진표 위원장은 지난 2일 "원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탈원전 정책은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늦은 감이 든다"고 말했다.

적극 동의한다.

물론 이미 30%가량 건설이 된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건설이 중단됐을 때 법적 책임을 안고있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우려스럽지만 '국민의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는 법이다. 

일부 에너지 관련학과 교수들과 전문가들은 "잘못 알려진 정보와 과도하게 조성된 원전 안전 불안감으로 인해 국민 여론이 오도되고 있다"며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씁쓸한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절대가치다. 

문재인 새 정부는 '탈원전'에 반대하고,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 그룹과 공개토톤 등 소통정치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침범하지않는 범주에서 다시 '에너지플랜'을 짜내야한다.   

언제쯤이면 부산 지역의 산모들이 안심하고 '기장표 미역'을 먹을 수 있을까.   



[김려흔기자 eerh9@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