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말할 수 없는 비밀, 들리지 않는 진실
[화제의 책] 말할 수 없는 비밀, 들리지 않는 진실
  • 승인 2017.05.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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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베리북
 
2차대전 이래 전 세계의 패권을 쥔 것은 과연 미국뿐일까? 경제, 학문,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영어권 나라들에서 영어란 단순히 하나의 언어를 넘어 ‘국가적 숙명’에 가깝다. 영어는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개개인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목적이 되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들리지 않는 진실』의 저자 윤재성 원장(윤재성영어)는 ‘영어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으라’는 화두를 던진다. 20년 이상 영어를 공부해도 원어민처럼 듣고 말할 수 없는 한국인들의 영어 문제에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는 평생 공부해가며 조금씩 메워나가는 학문이 아니며, 운전이나 수영처럼 단기간 익혀 습득해야 하는 일종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 한국어를 습득한 과정을 생각하면 매우 타당한 얘기다.

우리는 한글을 몰라도 귀와 입만 써서 우리말을 터득했다. ‘문맹(文盲)은 있어도 언맹(言盲)은 없다’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영어가 평생 배워야 할, 혹은 해도 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모국어 역시 깨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매번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윤재성 원장의 말에 일리가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들리지 않는 진실』은 그간 우리가 영어 소리를 또렷이 듣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흥미로운 과학적 설명을 내놓는다. 귀의 달팽이관, 그리고 뇌 측두엽의 청각피질은 모국어의 주파수 대역 외의 소리를 언어로서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모국어를 잘 듣기 위한 인체의 ‘생존전략’이 우리의 영어 듣기를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어 소리가 뭉쳐져 ‘쏼라쏼라’ 들린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드 대사나 팝송 가사가 하도 안 들려 스크립트를 봤을 때 거의 다 아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어 무안했던 적이 있는지? 한국어는 500~2,000헤르츠, 미국식 영어는 1,000~5,000헤르츠에 주요 대역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는 단어도 안 들리는 게 실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일본어나 중국어는 뜻을 전혀 모르더라도 소리만큼은 명확히 들리는 것 또한 같은 이치이다.

어른이 아기에게 ‘엄마, 아빠’ 대신 ‘어음-마! 압-빠!’라고 과장된 발음으로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처럼, 영어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고 윤재성 원장은 말한다. 영어 특유의 호흡 섞인 악센트 소리를 증폭해 듣는 훈련을 반복하면 뇌도 영어 주파수 대역에 적응한다.
이 원리는 프랑스의 학자 알프레드 토마티 박사도 증명한 바 있다. 토마티 박사 역시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전세계 자폐아동들의 언어문제를 치료했다. 귀로 선명히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말로도 흉내낼 수 있기에 말문도 자연스레 터진다는 언어학, 뇌과학적 원리도 흥미롭다. 듣고 말할 수 있으면 책이 술술 읽히는 것도 당연한 순리다.

불과 1~2년 만에 영어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교포 2세나 조기유학파가 아니어도 원어민처럼 듣고 말할 수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도 영어를 잘하게 되는 날, 비로소 영어라는 기괴한 헤게모니는 수명을 다할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들리지 않는 진실 / 윤재성 저 / 베리북 / 1만2천원


[구남영기자 mskadud88@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