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4개월째'..종착역 다다른 김승연 한화 회장 사건
'3년 4개월째'..종착역 다다른 김승연 한화 회장 사건
  • 이윤재
  • 승인 2013.12.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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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4개월째. 검찰 수사를 시작으로 장기간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재판이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330명의 한화 임직원이 소환되고 김 회장 본인은 1심을 2번이나 받는 진기록을 남긴 재판의 결말에 재계의 이목이 한껏 쏠린다.
 
 ◆"교묘한 수법"..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 구형
 
회사에 수천억원대 피해를 입힌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26일 서울고법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지능적이고 교묘한 범행 수법을 이용해 계열사로 하여금 자신 차명소유 회사의 빚을 갚도록 했다"며 이같은 구형의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기업 투명성 확보라는 시대적 사명에 역행하고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국민들은 기업에도 투명·책임 경영을 원한다"면서 "구태가 용인되어서는 안되며 준엄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에서 일부 배임액 산정 등이 잘못됐다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지만 검찰은 여전히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커 보이는 대목이다.
 
법원의 선고가 검찰의 구형을 어느 정도나 감안해서 이루어질 지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검찰의 의지가 강경한 만큼 김 회장과 한화 입장에서는 선고 판결까지 노심초사한 마음을 놓을 수 없게된 셈이다.
 
김 회장은 2004~2006년 위장계열사 빚을 갚아주려고 한화 계열사의 돈 3200억원을 부당하게 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1041억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 회장은 사비로 1186억원을 공탁하고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으로 감형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일부 지급보증을 별도의 배임 행위로 본 원심 판단이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배임 혐의 중 160억원에 대한 판단과 일부 배임액 산정이 잘못됐다는 점과 부동산 저가매각으로 인한 손해 규모 등도 다시 심리하라고 명령했다.
 
 ◆비자금 의혹에서 횡령·배임으로..3년 넘게 공방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201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사는 한화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한화증권 퇴직자가 차명계좌 5개를 금융당국에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한화 경영기획실 재무팀을 압수수색해 차명계좌를 추가로 발견하고 김 회장과 큰 아들인 동관씨 등 가족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들로부터 자금이 흘러들어온 정황을 포착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화는 "검찰이 발견한 차명계좌 등이 김 회장의 비실명 상속재산"이라며 "선대 유산을 관리하다 금융실명제를 못지켜 은닉재산의 오명을 쓴 것"이라고 일관된 주장을 펼쳐 왔다.
 
결국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는 비자금보다는 횡령과 배임으로 방향이 선회되면서 3년4개월째 법원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 과정에서 진기록도 남겼다. 검찰이 적발한 차명계좌는 무려 382개, 차명 소유 회사는 13곳에 달했다. 또 소환된 한화 임직원은 330명,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8번이나 청구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1심에서 판사가 바뀌며 같은 재판을 2번이나 받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위장(비자금)에 문제가 있다고 수술대에 올려 배를 갈랐는데 결국 위장에 문제가 없고 간과 콩팥에 문제가 있다고 수술을 끝낸 것 아니겠냐"며 "문제는 배를 갈라 오장육부를 헤집는 사이 몸(한화)이 다 망가져 일상생활(경영활동)이 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이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한편 김 회장은 건강 악화로 지난 1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김 회장의 요청에 따라 재판부는 내년 2월28일까지 그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