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험로" 권오준 "내실"
김준기 "험로" 권오준 "내실"
  • 이정인
  • 승인 2014.06.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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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동부패키지 고사"...매각작업 원점으로
동부그룹 김준기회장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4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장고끝에 '내실경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중재한 '동부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 당진동부발전)안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채권단의 요구로 동부제철은 워크아웃 전단계인 자율협약체제에 들어간다. 김준기 회장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인수 검토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지분을 경쟁입찰을 통한 개별매각으로 전환해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부그룹측은 "그동안 채권단이 자산 매각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채권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부그룹 측은 "3∼4개월간 끌어온 패키지 매각 협상이 무산된 만큼 원점에서부터 매각 작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룹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처분해 동부제철의 유동성을 확보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류희경 수석부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 추진을 동부제철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류 부행장은 전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자율협약을 협의했다. 동부그룹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향후 구조조정은 철처하게 채권단 주도 하에 진행된다.
 
김준기 회장, "유동성 험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은 동부그룹이 지난 연말 발표한 약 3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현재 동부그룹 구조조정 이행목표는 2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동부그룹 측은 두 자산의 패키지 매각으로 1조5000억원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권오준 회장이 발을 빼면서 개별 매각작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다시 최소한 수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동부그룹의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은 줄하향되고 있다.
 
그동안 동부그룹에서 이행된 자구안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3100억원)과 동부특수강(1100억원), 당진항만(1500억원) 지분 매각뿐이다. 동부특수강과 당진항만 지분은 일단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에 인수되어 제3자 매각을 검토중인 매물이다. 또 동부특수강 지분 중에는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약 25%)을 되사기 위해 드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매각 대금이 모두 동부그룹에 투입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동부특수강 인수에는 현대제철과 세아특수강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동부하이텍 매각은 인수의향서 검토 절차 등을 밝고 있지만 아직 가닥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더욱이 동부그룹과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용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동부측은 김 회장이 동부화재 지분 매각 등으로 마련한 사재 1000억원 중 800억원을 특수목적법인인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지원하겠다고 산업은행 측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상의 사재출연 용처 변경을 요청했으나, 산업은행 측은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의 개인지분이 100%인 회사라며 이 요청을 거부했다.
 
게다가 채권단은 김 회장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약 13%)을 담보로 내놓을것을 강조하는 반면 그룹측은 동부화재 지분은 동부제철 유동성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권오준 회장, "내실"
 
 
권회장은 장고끝에 동부의 패키지 자산 인수를 포기했다.  업계안팎에서는  권회장이 정부의 ′눈치′보다는 '실속'을 선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을 위해 동부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매물로 내놓은 후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포스코를 인수 후보군으로 지목했다.  그런만큼 당초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산은의 입장과 동부발전당진의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관측이 무성했던 게 사실이다. 
 
정작 산은으로부터 공식 인수 제안서를 받은 후 포스코는 장고를 거듭하는 스탠스를 보였다.  내부 실사 결과 역시 업계의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2개월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인수쪽에 무게가 실렸던 업계의 분위기도 실사가 늘어지면서 미묘하게 전개됐다.  
 
포스코에너지가 매물로 나온 석탄화력발전소인 동양파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그나마 포스코가 눈여겨 봤던 동부발전당진도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20여년 만에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강등하고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동부자산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팽배해졌다.
 
100일 전 권오준 회장은 취임 당시 재무구조 개선으로 포스코의 신용등급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비록 산은이 일부 인수 부담을 나눠 가지는 방향으로 인수를 타진했지만 패키지로 자산을 인수할 경우 등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권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패키지 인수 포기 배경과 관련, "인수 판단 기준은 재무 상황에 맞췄다. 재무 여건상 범위에 들어온 다음에서야 시너지 등이 검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적지않은 고민도 내보였다. 그는  "포스코 회장과 철강협회회장으로 바라봤을 때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권회장은 결국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하고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카드는 선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