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자사주 매입....지배력 강화 포석인가
현대산업개발 자사주 매입....지배력 강화 포석인가
  • 승인 2017.04.1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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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불안정한 지배구조, 지주사 전환은 불가피?
▲ 정몽규 회장 ㅣ 대한축구협회
 
[비즈트리뷴]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4월11일부터 7월10일까지 3달 동안 626억2500만 원을들여 자사주 150만 주를 장내매수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1.98%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 계획을 결의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대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에도 200만주를 사들였다.

현대산업개발의 자사주 추가매입이 완료되면 현대산업개발은 7%까지 자사주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증권시장에서 주목하는 '자사주 9% 보유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동부증권 조윤호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올해 들어 두번째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며 "취득 예정 주식 수는 전체 보통주의 2.0%인 150만주로, 예정대로 진행되면 현대산업개발의 자기주식 비율은 7.0%로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가는 지난 1월 자사주 취득 당시 4만6000원 수준에서 현재 주택 분양 감소 예측 영향으로 10% 정도 떨어졌다"며 "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은 자사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추가 취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불안정한 지배구조, 지주사 전환설의 배경

현대산업개발측이 자사주매입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라고 설명하고 있음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 현대산업개발 지분구조 ㅣ네이버
 
 
그 근거 가운데 하나가 정몽규회장의 지분구조를 꼽을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의 지분은 18.56%에 그치고 있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최대주주 최소 30%선' 에서 벗어나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지분 13.36%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도 모두 18.56%에 머무르고 있다.

5% 이상 주주는 △정몽규외 특수관계인(18.56%) △템플턴자산운용회사(8.83%) △BlackRock Fund Advisors(5.03%) △국민연금공단(8.29%)이다. 

정몽규 회장으로서는 지분을 늘려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지분을 합법적으로 늘리는 게 바로 '자사주 마법'이다.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회사가 인적분할을 하면 달라진다. 분할한 법인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부활하는 것이다.

정몽규 회장이 자사주를 활용,  현대산업개발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지주회사를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하지 않겠냐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콘트롤스는 현대산업개발의 건설계열사로 정몽규 회장이 3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현대산업개발 지배구조 ㅣ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를 9% 이상 매입하고 현대산업개발의 지분 3.38%를 보유한 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한 뒤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되면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의 지배력을 30%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다만 "야당이 상법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지배구조개편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개편 시나리오가 단기에 현실화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주사를 고려하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려흔기자 eerh9@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