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굿바이 청와대"…박근혜의 마지막 카드
[현장메모] "굿바이 청와대"…박근혜의 마지막 카드
  • 승인 2017.03.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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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려흔 기자
[비즈트리뷴] 지난해 열린 37회 청룡영화제에서 '내부자들'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거머쥔 배우 이병헌의 수상소감.

그는 "내부자들이라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영화니까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너무 사회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려고 애쓰지 않았나 싶어서 과장된 영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촬영을 했어요.  근데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상황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 몇달간 영화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을 눈으로 보고 들으며 놀란 가슴 쓸어내렸다. 

이같은 악몽을 남긴 박근혜 전대통령.

청와대를 떠나는 날조차도 용서받기를 거부하는 듯한 발언들로 국민들의 가슴은 더더욱 무거웠다.

청와대에서 퇴거하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용서안해도 좋다'는 뜻은 아닐까.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이후 몇 차례의 대국민담화를 한다면서 '일방적인 통보'로 국민들에게 마음의 담만 불러 일으켰고, 시간이 지나며 밝혀지는 '진실 속엔 순실'만 잔뜩 있었을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어쩌면 '용서받지못할 용서'겠지만 그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 배신 vs 배신

대선이 5월9일로 정해졌으나 뿔뿔히 흩어져 아직도 길을 헤매고 있는 보수진영은 제대로 싸워볼 지 미지수다.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는 박 전대통령도 이제서야 끝이 보이는 지 마지막 카드를 꺼낸 듯 싶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서도 '대한민국안의 또 다른 국가' 마냥 사저정치로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듯한 행동으로 보수진영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 탄생전 마지막 대선 후보 토론회 당시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웃으며 "지난 시간 새누리당에 문제가 터지면 뭐만하면 박근혜 나와라"한다며 자신의 노고를 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는 틀린 말도 아니다.

지난달 7일 박사모 홈페이지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건의했다는 소식에 '새누리당 사고쳤다-박 대통령에게 탈당 요구'라는 제목으로 새누리당 지도자에게 분노하는 글을 게재됐다.

이 회원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하고 한광옥 비서실장은 알아서 하겠다면서 사실상 거부했다는 데 참 미쳐도 더럽게 미쳤다"며 "정우택, 인명진 이 두 놈은 탄핵이 기각된 후에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회원은 "탄핵이 기각된 후에 반드시 응징을 해야 한다"면서 "태극기 애국세력은 지금의 이 수모를 기억했다가 열배, 스무배로 갚아 줘야 한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19일 부산시당에서 열린 '시·구의원과의 간담회'에서는 "바른정당이 배신자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신자"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치적 수명이 끝났다고 명백히 밝히지 않은 것도 일각에서는 정치적 재개를 염두에 두고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법도 하겠지만 '도무지 말이 안되는 일만 생겼던 몇 달'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듯싶다. 

지난달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는 탄핵심판 최후변론서에는 자신의 어렵고 아픈시절이 배어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후변론서에 지난 40여년간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최순실 씨의 도움을 받았다며 자신의 믿음도 자책했다. 그렇다고 그런 그에게 더이상 안타까움이 적용되지 않을 듯 싶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극적 삶에서  더이상 국민들의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길 기대한다. 국민들은 이미 배신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 15분께 삼성동 자택을 나와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발했다.





[김려흔기자 eerh9@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