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삼성 어디로 …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삼성 어디로 …
  • 승인 2017.02.1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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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없으면 삼성 미래도 없다
▲ SBS방송화면 캡쳐
 

법원이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은 창업 79년 만에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어려운 대외 상황 속에서 재계 1위 기업의 총수가 구속되자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 국면을 접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무역협회는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경총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 신인도 하락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특히 삼성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삼성그룹의 사업계획 차질뿐만 아니라 25만 임직원과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등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는 걱정이다.

한국무역협회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 기업인의 구속과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오너 없으면 삼성의 미래도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당분간 삼성그룹의 경영계획은 '올스톱' 상태에 놓인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단기적인 관점을 넘어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는 사안이다.

당분간 전문경영인에 의해 그룹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한국의 시스템 상 전문경영진은 효율적인 실행능력에 의한 단기적 실적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기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여지가 없다.

모든 기업의 컨트롤타워는 오직 오너에 의해 움질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삼성전자는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지만 글로벌 산업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이 시점에, 또다른 미래 먹거리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이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만 한다.

이 부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벤처와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투자하는 '삼성넥스트'를 진두지휘해 왔다.

당장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에 대한 대규모 시설투자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주요 경영 사안들 미뤄질 가능성 높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 그룹 계열사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은 당장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주요 안건들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법과 증권거래법상에는 주총 소집은 2주전까지만 통보(공시)하면 되도록 규정돼 있지만 주총 전에 이사회를 먼저 열어야 하는 일정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대체로 한 달 전에는 안건을 확정해 주주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11일 주주총회를 개최했으며, 소집결의 공시는 이보다 한 달 정도 앞선 2월 13일에 통보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비상상황을 맞아 주총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아직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주총 일정이 3월말 께로 확정되더라도 안건도 중요 사안보다는 일상적인 것들 위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점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다뤄질 예정이었던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같은 안건과 더불어 지배구조 개편 방향, 사외이사 선임 등에 대한 논의가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초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언급한 위기관리시스템 개선과 신 기회 창출 방안 등의 내용들도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래 이번 주총에서 첫 데뷔를 거쳐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줄 예정이었어서 더욱 아쉬움이 따른다.

이 부회장은 아직 재판을 통해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당분간 이사회 및 주총 참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협력업체들에도 위기감 확산

이 부회장의 구속 사태는 삼성그룹 계열사를 넘어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을 낳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등 9개 주요 계열사의 1·2차 협력업체는 총 4300여개에 달한다.

고용 직원은 6만 3000여명, 직원들의 가족 수까지 다하면 20여 만명에 이른다.

특히 협력사의 대부분이 중견·중소기업으로,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경우에는 90% 이상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한 타격이 협력사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 의 출시 일정이 나와있는 상황이어서 직접적 타격이 바로 가해지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거다.

또 삼성전자의 협력 업체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해외 진출 등에서 '삼성전자'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판로를 개척해왔지만 도리어 이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