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LG 스마트폰 AS 맡겼더니 스팸 목록 바꿔놨네
삼성 · LG 스마트폰 AS 맡겼더니 스팸 목록 바꿔놨네
  • 승인 2017.02.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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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만족도 평가 부담 때문에 …"
▲ 설정하지도 않은 차단 목록에 서비스센터가 들어가 스팸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l 출처=삼성 스마트폰 커뮤니티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과 LG전자의 모바일 AS센터에서 고객의 동의없이 임의로 문자 메세지 스팸 번호를 설정하거나 카카오톡 메신저에 들어가 차단 목록을 변경한 사례가 속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서비스센터 기사들이 AS 후 있는 '서비스 만족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소비자들은 AS기사들의 힘든 부분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변경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회사 차원의 사과와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개인정보 보안 · 2차 피해 우려 확산돼

15일 LG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모여있는 한 인터넷 까페에서는 관련 사례가 제보되자,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댓글이나 게시글을 통해 수십여 차례 잇따라 확인됐다.

이들이 주로 사용한 방식은 LG전자 서비스센터 전화번호(1544-7777)에 포함된 번호인 '7777' 을 스팸 번호에 포함시키는 형태다.

삼성전자 AS센터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번호(1588-3366)에 포함된 '3366'이 스팸 번호 목록에 들어가 있는 사례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 게시글과 댓글에 올라온 피해 사례 ㅣ 출처=삼성 스마트폰 커뮤니티
 

AS기사들이 이처럼 서비스센터의 대표번호를 차단한 이유로는 실적으로 직결되는 '서비스 만족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올 수 있는 불이익을 애당초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가장 유력하다.

이외에도 스팸문자 설정에 '서비스센터'의 중간 글자인 '스센'이 설정돼 있다거나, '설문'이나 '경품'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처럼 임의로 차단된 단어 때문에 고객은 다른 가전이나 자동차 서비스센터의 안내 메세지를 받지 못하고, 타 이벤트에서 경품 등에 당첨된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갈 수 있으며, 꼭 받아야 할 중요한 문자를 놓쳐버리는 식의 2차 피해까지 입게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자 동의 없이 AS와 관련없는 문자함이나 카카오톡 메신저에 들어가 설정을 변경하는 과정 자체는 개인정보 보호에도 위배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된다.


 
 
▲ 고객이 설정하지도 않은 카카오톡 차단 목록에 삼성 서비스 관련 플러스 친구들이 들어가 있었다 l 출처=삼성 스마트폰 커뮤니티
 

■ AS기사 안쓰럽지만 …공식사과·보완책 시급

소비자들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AS 기사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가 허락없이 열람되고 변경된다는 사실에 배신감과 불안감을 토로했다.

한 피해자는 "회사에서 제공되는 좋은 서비스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기 위함이라며 카톡 비번을 물어봐놓고 차단해 놓은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믿고 맡기는 고객을 위해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게시글과 댓글에 올라온 피해 사례 ㅣ 출처=삼성 스마트폰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소비자 만족도 평가 '매우 불만'을 받을 경우 가차없이 짤릴 수도 있는 입장에 처한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해 동정론도 일고 있다.

아무리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이와는 무관하게 정책상 무상수리가 거부된 사용자의 경우 평가를 낮게 메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서비스 기사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 동안 고객의 과도한 갑질이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그랬을 것"이라며 "일자리가 좌우되니 안쓰럽긴하다"는 의견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다해도 여전히 AS 기사가 소비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포함된 영역에 들어가 조작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삼성·LG전자 서비스센터 측의 공식적인 해명과 더불어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