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방패를 방패로 썼을 뿐인데
[기자수첩] 이재용, 방패를 방패로 썼을 뿐인데
  • 승인 2017.02.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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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kffja.png▲ 김려흔 기자
 
<국어사전>



자위적(自衛的): 제 스스로 위험을 방위하고 보호하는. 또는 그런 것.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영장 재청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뇌물 제공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지 26일 만이다.

오늘 오후 20대 직장인 A에게 '지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메시지를 보내봤다.

그에게서 답이 날아왔다.
"우리나라의 근본이 문제이지, 삼성이 삼성으로서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본다. 이재용 또한 기업의 오너로서 당연한 행동을 한 거지"

이 부회장은 기업의 오너로서 자위적인 방패를 들었을 뿐이고 삼성 또한 기업으로서 잘못했다기 보다는 이 나라의 정치권력에 휘둘린 피해자라는 얘기다.

국정농단의 장본인들은 뒤로한 채 이 부회장에게 책임을 지라며 구속을 요구하고 있는 여론과는 결이 사뭇다르다. 특검과 야당,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재용 뇌물죄'를 바라보는 여론의 또다른 단면이다.


sodksdpqncj.png▲ 지난해 12월,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이재용, 재벌총수라는 이유로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오전 9시 30분부터 조사받고 14일 새벽 1시 5분에서야 특검 사무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1차 특검조사에 이어 이번에도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15시간 장시간 조사로 인해 극도로 지친 심신조차도 지금 이 부회장에게는 사치다. 특검이 이르면 오늘밤이나 내일 중으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정농단사태에 연루되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후 모든 책망이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을 향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과 삼성을 향한 국민들의 잣대와 날카로운 여론에 처음부터 끝까지 "송구하다"고 했다.

지난번 특검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되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향해 켜졌던 촛불민심은 이 부회장을 향했다.

이 부회장은 다시 특검의 영장 재청구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 출석이후 숨가쁘게 달려왔다. '삼성혁신안'을 마련했고, 4차 산업혁명도 주도해 나가야하는 마당에 특검의 부름에도 부지런히 임해야 했다. 거센 비판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미국 애플과의 세계시장의 격전도 준비해야 했다.

이것 뿐인가.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명예를 혹여 그르칠까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경기침체로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국경제의 앞날도 고민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아메리칸퍼스트'로 대표되는  '미국보호무역'의 장벽을 넘을 카드도 마련해야하는 처지다. 

그러나 그는 고립무원이다. '재벌 총수'의 대명사라는 이유로 온갖 비판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있다.



이재용, 경영인으로서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뿐 

돈이 곧 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돈 많은 재벌의 상대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또다른 얘기다.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대기업이 풍비박산 난 사례는 한국재계의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자신만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을 경우 몰고올 피해가 자신뿐이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지만 그는 기업의 오너다.

기업 오너는 책임지고 가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은 법이다. 때문에 당시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면, 그것 역시 그가 책임자로서 자질이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을 낳을 일이다. '건전하고 상식적인 오너 경영인'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본인의 양심과 삼성은 물론 국민들까지 생각한 선택이라고 봐야 마땅하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로부터 이 부회장은 방패를 들었을 뿐이다.

방패를 방패로 썼을 뿐인데 특검과 일부 언론은 그를 국정농단 사태 중심으로 몰고있다. 

특검은 기업인에 대한 처벌 또한 시간을 끌지 않고 조속하게 매듭을 지어야한다. 특검과 탄핵정국이 지속되면서 드러나는 '삼성 경영마비'가 '한국경제 마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이 부회장의 손발을 묶었다가는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시종일관 외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에 우리는 더 큰 댓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비즈트리뷴 김려흔기자 eerh9@biztribun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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