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도드-프랭크법' 폐지 행정명령 발동…국내시장 영향은
[트럼프노믹스] '도드-프랭크법' 폐지 행정명령 발동…국내시장 영향은
  • 승인 2017.02.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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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ACA 컴플라이언스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마련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의 일부 내용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드-프랭크법은 오바마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7월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영역 분리, 대형은행 자본확충 의무화, 파생금융상품 거래 투명성 강화, 금융지주회사 감독 강화 등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월가 규제' 공약과는 달리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법의 파탄을 막기 위해 싸우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도드-프랭크 법이란

① 미국의 금융규제에는 사이클이 존재

미국의 금융규제는 금융위기 등과 관련이 깊다.

1930년 대공황 이후 미국 금융당국과 의회는 금융 규제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산업의 발달 속도에 비해 금융에 대한 규제가 필요 이상으로 강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금융 규제는 자율화로 선회한다. 재차 금융 규제가 확대된 것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이다.

특히 2007년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대형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가 지목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부각되었고, 결국 볼커룰 입법이 추진되었다.

볼커룰은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했고, 도드 상원의원이 프랭크안에 볼커룰 등을 추가한 금융안정 개선법(일명 ‘도드안’)을 입안했다. 그 이후,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도드-프랭크안으로 통합, 볼커룰 등 일부 내용이 완화된 상태로 하원과 상원을 통과해 2010년 7월 발효되었다. 도드-프랭크 최종 법안은 3년간 회의를 거쳐 2014년 4월 1일에 발효되었다.

트럼프의 도드-프랭크 법안 폐지 공약은 미국 금융규제 사이클상 2010년 규제가 강화된지 7년도 되지 않아 재차 규제 완화사이클로 진입한다는 의미가 된다. 최종발효된 2014년 4월 이후로 보면 3년 만의 규제변화이다.

② 도드 프랭크법의 주요 내용

도드-프랭크법의 서문에는 ‘금융시스템에 있어서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금융안정성을 높이고 대마불사의 문제를 종식시키며, 구제금융의 종식에 의해서 미국 납세자를 보호하며, 부당한 금융서비스 관행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은 총 1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감독체제의 개편, 강제청산절차, 보험규제의 개혁, 은행규제의 개혁, 장외파생상품거래 및 지급 청산 결제 절차의 개혁, 증권규제의 개혁,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우선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FRB(연방공개시장위원회), OCC(통화감독청) 등 14개 금융감독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신설하고 위원장은 재무부 장관이 맡는다. 저축은행의 연쇄 부실을 계기로 OTS(저축기관감독청)가 폐지되며, 그 기능은 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 등으로 이관한다. 보험산업에 대한 효율적인 감독을 위해 재무부 내에 연방보험국을 설치한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볼커룰이다. 은행의 고위험 자기자본 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장외 파생상품 거래 규제하고, 운용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의 SEC(증권거래위원회) 등록을 의무화했다.

또한 신용평가 감독 부서 신설, 민사소송권 확대, 주택담보대출 시 원금상환능력 평가 의무화 등이 추가되었다.

③ 도드-프랭크법의 파급효과

트럼프는 도드-프랭크법의 시행으로 유동성이 감소하고 변동성이 증가하여 금융시장이 취약해졌으며, 은행의 안정성,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그림3>은 미국 상업은행의 만기보유채권 비중이다. 2016년 3분기 현재 24.2%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말 8%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 미국 상업은행들이 자기 계정 포지션을 축소하고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 위주로 만기 보유함에 따라 시장 중개기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림4>는 미국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채권 보유량이다. 2007년말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딜러들의 시장중개 기능이 약화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림5>는 글로벌 헤지펀드 지수이다. 글로벌 헤지펀드는 2007년 운용자산규모와 헤지펀드 수 측면에서 최고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의 장외파생상품 시장 규제와 바젤Ш의 영향으로 글로벌 장외파생상품의 시장가치도 감소하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의 전면 폐지는 가능한가

① 법의 방대함과 소비자 보호 등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어

도드-프랭크 법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한 글래스-스티걸법 이래 미국의 금융규제 및 금융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법안은 2,3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총 1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정 즉시 효력이 발휘되었으나 상당수 규정들은 6개월에서 2년, 혹은 5년의 경과 규정을 두고 있다. 법의 방대함으로 인해 2014년까지 146개 규정들을 제정하고 67개의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금융시장 개혁작업의 산물이며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 금융 소비자 보호 등 미국의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모든수단을 동원해 막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아직 46석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법안 폐지를 위해서는 상원의원 60명의 찬성이 필요해 공화당(52석)이 일부 민주당의 찬성표를 확보하지 못할 시 정책 추진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 민주당을 설득해 찬성표를 얻는다 하더라도 도드-프랭크 법의 복잡성으로 인해 해체되기까지 도드-프랭크 법이 집행되는데 걸렸던 기간만큼 오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도드-프랭크 법안의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규제 단순화 취지에 따라 법안 일부를 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결론일 수 있다. 재무부 내정자인 스티브 므누신의 의지도 강하다. 즉, 도드-프랭크 법을 완전히 폐지하여 법제정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기보다는 볼커룰, CFPB(소비자금융보호국), FSOC(금융안정감시위원회) 등에 대한 개정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② 금융선택법(Financial CHOICE ACT)이 대안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Jeb Hensarling 의원은 2016년 금융선택법(Financial CHOICE ACT)이라는 이름의 도드-프랭크법을 대체할 법안을 발의하였다.

금융선택법은 은행이 충분한 자본을 쌓고 있으면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단순자기자본 비율이 10% 이상이고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으면 스트레스 테스트 등의 까다로운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금융선택법은 FSOC를 해체하고 CFPB 등 규제기구로 하여금 금융규제에 대한 비용 편익분석을 실시하며, 의회의 예산 책정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융선택법은 금융회사의 업무를 다변화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높이고 기업의 활동과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임을 입법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CFPB의 무력화는 기득권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 도드-프랭크법의 발효 이후 FRB내 독립조직으로 CFPB를 신설하였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소비자 관련법의 시행령 제정,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제재, 소비자민원조사, 금융 교육을 담당하게 했다.

CFPB는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모기지 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JP모건에 대해 130억달러의 벌금을, 웰스파고에 대해 1억 8,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공화당 측은 이러한 과도한 규제가 금융기관과 소비자에 대한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소비자 보호가 금융상품 선택에 대한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들이 금융소비자 보호법의 혜택을 비교적 많이 받는 저소득 백인들임을 감안할 때 CFPB의 무력화는 현실화되기가 쉽지 않다.

금융선택법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회사의 업무 다변화 등에 대한 완화, 즉 볼커룰 완화 정도가 예상되는 수순이다.

당신이 미국 빅5 은행 CEO라면

금융 위기 이후 금융기관과 가계는 상당한 디레버리징을 기록했지만, 비금융기관과 정부는 오히려 레버리징을 강화했다.

미국 정부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01.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미국비금융기관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71.8%로 금융위기 이전 고점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미 금융기관의 부채비율은 금융위기 당시 135.6%보다 축소된 100.3%를 기록하고 있고, 가계부채 비율도 78.4%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가계 부문의 경우 건당 대출금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미국 모기지 시장의 건당 대출금액은 31.4만달러로 2007년 평균인 22.4만달러 대비 50% 증가했다. 대출심사가 강화되었지만, 신용이 좋은 대출자에게는 더 많은 금액의 대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결국 금융위기 이후 규제에 묶여 있던 미국 은행들만이 신용창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림13>은 미국 은행의 초과지준금을 나타낸다. FRB가 출구전략을 실시한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1.9조 달러에 달한다. 수익성을 찾지 못해 잠자고 있는 돈은 곳간에 넘쳐난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도드-프랭크 법안의 폐지는 정치적, 물리적으로 상당 시한이 필요한 사안일 수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미국 주요 은행들은 볼커룰의 시행에 따라 이미 사업영역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등 규제에 대응했다.

트럼프가 도드-프랭크 법안의 폐지를 추진한다고 하여, 기대감만으로 사업 모델을 급변화 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당신이 미국 빅5 은행의 CEO라면? 회사의 수익성과 주가에 따라 막대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미국 CEO라면, 그동안 규제 때문에 시행하지 못했던 수익성 높은 업무로의 다변화 기회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금융 버블의 유도? 수혜는?

그렇다면, 미국 은행 자금은 어떤 자산을 선택할까.

<그림14>와 <그림15>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주식형 및 채권형 글로벌 자금 흐름을 나타낸다. 글로벌 자금은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확대에 따라 선진국의 투자자산을 선호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채권형에 더욱 많은 자금이 유입되었다.

다만, 향후 물가가 적어도 1~2년간은 상승하는 구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글로벌 자금이 채권보다는 주식을 선호하는 소프트 로테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선진국 보다는 이머징 주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림16>은 PPI-CPI 스프레드와 신흥국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유가의 상승과 더불어 중국의 공급측 개혁으로 인해 글로벌 소비자물가 대비생산자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구간에서는 선진국보다 신흥국 수출이 더욱 빠르게 개선된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라 생산자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구간에서는 달러지수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기록했다.

도드-프랭크 법안의 폐지 이전에 통화적인 요인에 의해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의 주식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도드-프랭크 법안이 실질적으로 수정되거나 완화된다면,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은 단기 환차익을 노리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그림17>에서 보듯 이미 선진국 대비 신흥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하였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도드-프랭크 법안의 완화, 그 중에서도 볼커룰의 완화는 글로벌 금융자산 버블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안에서 신흥국 주식시장, 그리고 한국시장으로도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외국 은행 지점의 한국 투자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 미국 은행의 주요 이머징 국가 대출 추이가 최근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도드-프랭크 법안의 완화가 대출증가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의 경우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의 일환으로 외은지점의 경우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전월말 자기자본대비 200%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글로벌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