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구속영장, 여론몰이 판단 안된다
[기자수첩] 이재용 구속영장, 여론몰이 판단 안된다
  • 권안나 기자
  • 승인 2017.01.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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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기자
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사태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은 쇼크에서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재계도 술렁이고 있다.

재계는 물론 사회 일각에서도 특검의 이번 판결은 '촛불 여론'에 휩쓸려 본질을 외면한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경제계는 특히  대내외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더불어 우리 경제가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뇌물 수수자를 건너뛴 "수사권 남용"

이번 특검은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에 개입하고 사적인 이득을 취했는 지를 수사하기 위해 조직됐다. 

이 과정에서 관여된 대기업들은 사실상 권력의 압력에 의해 거액의 돈을 내어줄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성격에 가깝다. 게다가 기업인이 대가를 바라고 공여를 했다는 증거도 명확하게 나온 게 없는 상황이다. 정작 '뇌물 수수자'로 추정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미뤄둔 채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절차적 정당성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업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게 마땅하나 정치권력 앞에서 무력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대한민국 기업사에서 대통령의 '권유' 사항을 거부하는 기업은 공중분해되는 참사를 겪은 바도 심심찮게 있었음에도 특검은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특검은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의 파장들 때문에 고심을 거듭했음을 밝히며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의의 관점보다는 죄의 유무를 따지는 '법치'의 명분이 차라리 이번 사태의 본질에 맞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결과로 특검은 여론에 떠밀린 보여주기식 수사로 ‘여론재판식 정치특검’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 한국경제 '파국' 으로 몰아갈 것인가

이 부회장의 구속은 한국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삼성의 신뢰도가 무너지면 곧 국가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경제의 올 경제성장률을 2% 중반 대로 예측하는 등 지금 한국경제는 1998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에 빠져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을 시발점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될 경우 그 추락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은 물론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 차입과 해외 신규 사업 진출, 기업 인수 합병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체제하에서 미국의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 구글 검색 화면 캡쳐
 

외신들은 이미 이 부회장의 영장청구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면서 글로벌기업 삼성의 경영공백과 신뢰도 하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글로벌포스트의 저프리 케인 수석기자는 "구속여부나 결과와 관계없이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를 어떻게 해서든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 만으로도 그동안 삼성전자의 혁신 이미지에 큰 역풍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들과 협력업체 그리고 최근 삼성의 인수합병(M&A) 대상기업 '하만(Harman International)' 으로부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옷을 입고 봉건국가 시스템을 고수해 온 삼성 경영진 전체가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포드 번스타인앤코의 애널리스트 마크 뉴만은 "이재용 부회장이 자리에 있을 때는 24시간안에 결정이 가능한 사항도 앞으로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부품을 공급하는 법인고객들이 애플과 인텔을 비롯해 IT 대기업들인데 만일 이들과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끊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우려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탄핵이지 한국경제 침몰이 아니다.

큰 틀에서 나라 경제에 미칠 파장을 보다 폭넓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나라에 더 큰 해악을 끼치게 되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하게 될 판국이다.
 
이제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넘어갔다. 

삼성은 “특검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법원은 특검의 '정치적 판단'과는 달리 오로지 법과 원칙, 양심, 증거에 의해서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