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과 핀테크 ③] 보험업계 빅데이터 혁명
[금융혁신과 핀테크 ③] 보험업계 빅데이터 혁명
  • 승인 2017.01.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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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반 大패러다임 전환 예상"

금융혁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의미하는 핀테크가 2017년 새해에도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있다. 금융 전 분야에 걸쳐 핀테크 스타트업이 활발히 생겨나고 있으며, 자금과 인재도 핀테크로 몰리고 있다.

핀테크 트렌드는 금융회사에게 새로운 생존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 증권사들은 디지털 경제에 맞는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공식화하고 나섰고, 금융투자업계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발족시켰다. <비즈트리뷴>은 금융권에서  추진중인 핀테크 도입의 경과를 짚어보고, 당면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 출처='SightCall'
 

[비즈트리뷴]보험업계도 금융과 IT가 결합한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장기화와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 시행으로 보험업계의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핀테크를 활용,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은행이나 카드 등 여타 금융업권에 비해 핀테크 도입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그러나 2017년에는 핀테크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과 신상품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는 보험과 핀테크의 융합산업인 ‘인슈어테크(InsurTech)’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슈어테크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보험과 관련된 핀테크를 의미한다.

일부 보험사 수장들은 ICT기술을 접목한 핀테크 분야 개척에도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를 신년사에서 내비쳤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지금의 보험환경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핀테크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채널 구축과 업무의 스마트화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 이수창 회장 ㅣ 생명보험협회
 

생보협회 이수창 회장, "2017년에도 핀테크 기반 大패러다임 전환 예상" 

“전통적인 생명보험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핀테크, 블록체인, 4차산업혁명 등 기술혁명이 산업 전반에 걸쳐 변화와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생보업계는 수많은 위기와 변화를 마주해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며 "그 갈림길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재무건전성 강화 등 선제적 준비, 고객맞춤형 다양한 상품개발, 새로운 활로 모색 등을 생보업계는 올 한 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시대적 조류인 핀테크와 접목해서 웨어러블(wearable) 기기와 연동해 생활습관 및 건강상태에 따라 보장을 차별화하는 건강보험을, 보험다모아와 같은 에그리게이터(Aggregator) 발달에 대응해 소비자 접근이 용이한 단순한 보험상품 개발 등을 제시했다.







■ ING생명 "생보업계 '빅데이터' 리딩"

 ING생명은 최근 보험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기준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전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고객이탈 예측분석, 보험사기 예측분석, 서비스 사후관리 등 보험업무 전반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업무 활용과 개선을 하는 모델이다.

이를 통해 중소형 보험사에 핵심 분석 모델과 분석 방법들을 공유함으로써 업계 전체의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ING생명의 노력의 결과는 각종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ING생명 접수 민원 건수는 2013년 223건에서 2015년에는 200건으로 감소 추세다.

ING생명은 AI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도 도입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AI가 투자를 진행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7월 출시된 ING생명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신계약보험료 기준 62%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호실적을 내고 있다. 2016년 10월 기준 수익률은 2.48%로 같은 기간의 자산배분펀드 중 가장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ING생명 뿐만 아니라 다른 생보사들도 잇따라 빅데이터 적용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 전업 생보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7월 빅데이터(국민건강영양조사)와 건강위험평가 모형을 적용한 ‘(무)라이프플래닛e정기보험Ⅱ’을 출시했다.



▲ 출처='메리츠화재'
 

보험사-통신사 "빅데이터 제휴로 협업 '시너지' 기대"

메리츠화재는 이통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보험업무에 '빅테이터' 접목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할인·차량 정보 제공부터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 등까지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메리츠화재는 KT와 OBD(On Board Diagnostics·차량진단장치)를 활용한 운전자습관연계(UBI) 자동차보험 개발 업무협약을 맺은데 이어 최근 SK텔레콤과 IoT(사물인터넷) 부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KT와 맺었던 업무협약과 이번에 SK텔레콤과 체결한 것은 별개"라며 "KT와 UBI보험 개발은 막바지에 와있고 SK텔레콤과 IoT(사물인터넷) 활용 등은 앞으로 진행하게 될 새로운 업무"라고 밝혔다.

KT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차량운행기록(OBD) 장치를 통해 실시간 운행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 및 빅데이터 기술이 결집된 분석 플랫폼에서 운전자의 운행패턴을 분석하고, 메리츠화재는 이를 토대로 미국 등에서 적용중인 최신 분석기법(GLM)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

아울러 메리츠화재는 SK텔레콤과는 IoT 부문에서 협력을 공식화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SK텔레콤과 IoT 전용망인 로라(LoRa) 및 LTE-M을 활용, 새로운 보장 서비스와 편의성을 제공하는 보험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자동차의 부품이나 소모품의 교체 또는 정비 시점을 사용자에게 미리 알려주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차량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통보하는 정비 서비스가 가능해 메리츠화재의 사업비 절감 및 고객의 안전운전 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마케팅을 비롯한 IoT 전용망을 접목한 보험상품 개발, 빅데이터 분석·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 등의 협력도 예고돼 있다.

양사는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경로의 고객 접점채널과 SK텔레콤의 위치기반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단기 여행자 보험 등 특정 지역과 밀접한 보험 상품 개발 및 마케팅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박한용 기업영업총괄은 “보험상품에 IoT와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향후 단순한 손실 보상에 그치지 않고 종합적인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선진국형 보험상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 출처='동부화재'
 

자동차보험  "빅데이터 탑재해 더 '스마트'해지다"

자동차보험 시장은 적자가 지속적으로 늘어 2014년, 2015년 1조원이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자동차보험 시장에 빅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보험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이미 운전행태에 따른 사용자 중심 할인(Usage based discount), 안전한 운전자 할인(과실사고이력 등을 고려), 좋은 학생 할인(교육, 성적 등 고려) 등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에 빅데이터를 적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주행거리, 급제동, 과속, 급진로변경, 운행시간대 등 개인별 운전습관을 분석, 적용한 UBI(Usage-Based Insurance) 상품이 대표적이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화하는 UBI(Usage Based Insurance) 자동차보험, 'smarT-UBI 자동차보험(smart-UBI)'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8월 동부화재는 임신 중(태아)이거나 만 1세(생후 12개월)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 '베이비 인 카(Baby in Car)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동부화재 Baby in Car 자동차보험은 동부화재의 자녀보험 정보와 자동차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상품으로, 1세 미만의 영아 또는 태아가 있는 운전자는 일반적으로 안전운전을 통한 사고위험이 낮은 데 착안한 상품이다.

실제 임신중인 가족이 있는 운전자의 경우 출생 자녀가 있는 고객보다 사고 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동차보험 원조회사로서 고객과 사회 모두에 유익한 자동차보험 상품개발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은 어린이보험과 자동차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어린 자녀가 있는 고객일수록 안전운전을 하므로 일반 고객보다 위험률이 낮은 것에 착안해 관련 상품을 내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축적된 고객 정보와 사례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획일화된 상품이 아닌 고객 개인에 맞는 맞춤형 상품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빅데이터 분석 기법이 고도화될수록 보다 심층적인 언더라이팅이나 마케팅, 보험사기 방지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출처='현대해상'
 

빅데이터 활용한 IFAS, "블랙컨슈머 완전 제거될까"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에 따르면 보험사기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하면서 블랙컨슈머를 추적하는 보험사들의 조사 방법도 고도화·첨단화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SIU에 다년간의 수사 경력이 있는 전직 경찰관 출신들을 채용하는 등 전문인력을 활용해 보험사기 조사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빅데이터 기반에 시스템 활용으로 보다 체계적인 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험사기에 맞서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보험사기 분석시스템(IFAS·Insurance Fraud Analysis System)’을 이용해 보험사기 기획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먼저 보험 계약자별로 구축된 계약 건수와 사고 통계 등을 집어넣어 ‘사기혐의지수’를 뽑아낸다

또한 ‘사회관계망 분석(SNA·Social Network Analysis) 시스템’을 활용해 사기혐의지수가 높은 사람들의 공모 여부도 파악한다.

삼성화재의 경우 SIU에 리스크 분석팀과 함께 자동차보험 조사반과 장기보험 조사반을 분리 운영해 전문성과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해상은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FDS를 구축한 데 이어 고액 보험금을 노리고 민원을 넣은 뒤 보험사 임직원을 협박하는 ‘범죄형 블랙컨슈머’ 대응 프로세스도 운영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적발시스템도 과학적인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IFAS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빅데이터를 적용한 과학적 첨단분석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상습 보험사기범를 적발함과 동시에 보험금 이탈을 막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출처='Fintechist'

 
■인슈어테크 영향력, 장기적으로 확대될 듯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내 금리 요동으로 국내외 경제 불안정세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보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슈어테크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중개방식의 판매채널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빅데이터 관련된 상품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보다는 보험 판매원과의 상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가입자가 필요에 의해서 가입해야 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모집인들과의 관계나 설득에 의해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또 현재 인슈어테크 기술이 비용 관리, 사용자 인터페이스, 언더라이팅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당장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저축성 보험의 역성장 등으로 생명보험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은 보험상품을 선택할 때 회사에 대한 안전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인슈어테크의 앞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보험연구원 권오경 연구위원은 “중개가 아닌 직판을 선호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영향으로 인슈어테크가 보험 판매채널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향후 인슈어테크로 인한 보험산업의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미미할 것이나 장기적으로 서서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윤민경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