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망국적 사회갈등’해소없이 미래도 없다
[칼럼]‘망국적 사회갈등’해소없이 미래도 없다
  • 승인 2016.12.30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한 단어들을 빼면 올 한해에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렸던 말은 역시 '갑질’‘금수저와 흙수저’‘헬조선’등 사회적 불평등과 연관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12월만 해도 중소기업 두성물산 아들이 대한항공 기내 일등석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우거나,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이 술집에서 폭력 난동을 부려 입건되는 등의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더구나 이런 사건의 진행 과정이 소위 있는 자에 대해 턱없이 관대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무전유죄 유전무죄’행태를 고스란히 노출시켜 그렇지 않아도 싸늘한 민심의 위화감을 증폭시켰다. 누가 보아도 심각한 기내 난동사태인데 공항경비대에서 그냥 풀어주었다든지, 술집에서 케이크 값으로 30만원을 요구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거짓 보도’를 부추겨 이 사건을 무마하려 한 시도 등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ㆍ병들고 부패한 지도층)의 ‘갑질’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서울지방경찰청차장 운전병으로 뽑혀 ‘꽃보직’ 특혜 논란을 일으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경우도 운전병 차출 이유가 “코너링을 잘 했다”는 것이어서 세간의 비웃음과 야유를 샀다. 그러나 역시 ‘국민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갑질의 대명사는 최순실이라 할 것이다. 그는 죄과를 반성하고 근신해야 할 감옥에서조차 일반 수범자와 다른 각종 특혜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키고 있다.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오만방자함’ 때문에 결국 감옥 청문회를 열어야 했던 국회의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교정 당국자들조차 최순실 앞에서 쩔쩔매면서 그를 보호하려했다고 하니 그녀 비호세력의 갑질이 얼마나 대단한 파워인지 알만하다.

여하튼 최근 일련의 사태와 최순실 모녀의 이화여대 부정특혜 입학 사건은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망국병인지 재차 일러주고 있다. 이미 많이 지적된 내용이지만, 갈등으로 인한 우리의 사회적 비용은 GDP의 27%에 해당한다. 이의 소모비용은 일인당 연 900만원 수준으로, 매년 적게는 82조 원에서 많게는 246조 원이 이로 인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력 부족(Shortage), 생산성 저하(Shrinkage), 세대간 일자리 경합(Struggle)이라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3S’ 현상으로 인해 젊은 세대의 노령층 부양비 증가, 국민연금 기피 등 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2015년 백서에 따르면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느냐’는 설문조사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51.5%였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정한 경쟁이 아닌 편법이니 부정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도 60.5%였다.

2015년 백서에서도 이 정도였는데, 박근혜-최순실과 그 부역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온갖 추악한 갑질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라면 이 응답 비율 수치가 얼마나 올라갔을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12월 31일로 10번째를 맞은 광화문 촛불시위 집회에 백만 명 내외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그 동력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처럼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국가 살림을 위한 돈을 어디에, 어떻게 나누어 쓸지 계획한 것.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쓰시오”란 초등학교 시험 답안지에 ‘최순실’이라는 답변이 쓰이는 이 세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요즘 미래 직업에 대통령을 적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꿀 보직’이기 때문이란다. 연설문도 대신 써주고, 정무도 대신 해 주고, 평일에 일도 안 하는 날도 많으니 ‘꿀 보직’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청소년의 인식은 흙수저-금수저 논란과 맞물려 우리 사회의 계층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 없다. 소득과 기회에 있어서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 않다고 보는 인식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매우 높은 상황에서 우리 청소년들마저 사회적 성공 수단으로 자신의 노력보다 인맥과 학맥, 연줄, ‘빽’, 뇌물 등을 더 중시한다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어디에서고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공화국인가? 현재로서는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하기 힘들다. 왜냐. 계층과 신분이 대물림되고, 능력주의가 파괴되었으며, 부패와 불공정이 만연한 사회체제를 공화국이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조금도 물러설 수 없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다. 국민과 정치인들이 난국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최대 절대악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이에서 비롯된 위화감 및 갈등구조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밖에 없을 것이다.

조용준(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

■프로필

현) 한국정보화진흥원 글로벌기획팀 수석연구원
前 <주간동아>편집장

1991년 국민일보 주최 국민문예상 중편소설 <에이전트 오렌지> 당선
1995년 10월 한국기자협회 제 62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
저서) 창조적 여행자를 위한 깊이 있는 문화기행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 / 출간장편소설 <활은 날아가지 않는다>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