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시대 ④] 인간을 뛰어넘는 AI의 진화
[초연결시대 ④] 인간을 뛰어넘는 AI의 진화
  • 승인 2016.12.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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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률·금융 '전문분야' 진출 본격화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정보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밀려들어온다. 효율적으로 분류되고 파편화될 필요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 끝에 내려진 결론은 '연결'이다. 더이상 쪼개짐은 무의미한 생산이 되고 모든 것의 연결만이 유의미해지는 혁명이 몰아쳐 오고 있다.  <비즈트리뷴>은 가까운 어느날 일상이 되어있을 '초연결시대'를 위해,  그 물줄기가 어디까지 흘러왔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 출처=크레딧유니온타임스.
 
올 초 열린 CES 2016에서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이 IBM의 비즈니스 모델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완전히 바꾸는 '코그니티브 시대'를 선언한 이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이 '인공지능 퍼스트'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관련 제품을 잇따라 공개했다.

그동안의 AI 경쟁이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특히 올해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비즈니스로 연결지으며 대중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까지 가장 인간다운 인공지능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진 IBM은 2014년 뉴욕에 본부를 둔 AI 전담 '왓슨 그룹(Watson Group)'을 출범한 뒤, 보스턴에 의료 사업부를 만들었고, 독일에 IoT 본부를 설립하며 수많은 영역으로 왓슨을 적용시켜 나가고 있다.

구글은 스탠포드대 출신 AI 전문가 2명을 영입하며 클라우드 기반 머신러닝팀을 '구글 클라우드 머신러닝 그룹'으로 통합했으며, MS도 '마이크로소프트 AI 및 연구그룹'을 새롭게 창설했다.

아마존도 AI 전용 클라우드 컴퓨팅 그룹을 운영하기 위한 연구원을 영입하며 구글 클라우드 머신러닝 그룹과 유사한 팀을 만드는 과정을 진행중이고, 페이스북은 현재 '어플라이드 머신러닝 그룹(Applied Machine Learning Group)'을 운영하고 있다.

■ 한층 더 인간에 가까워진 기술

인간과의 세기의 바둑 대결로 AI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시켜 준 구글의 '알파고'가 번역과 사진 검색 기능에도 적용돼 주목된다.

구글은 알파고에 사용된 인공신경망 머신러닝 기술(NMT)을 번역기에 적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사진 검색 및 스캔 서비스도 함께 공개했다.

NMT는 인간의 뇌신경망 구조를 본떠 기계가 외부에서 주어진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 기술로, 이를 채택한 구글 번역기는 예전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졌다.

NMT가 적용된 구글 번역기는‘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한국어를 ‘all power comes from the people’이라고 번역했다.

반면 적용 전에는 같은 문장을 ‘all state authority shall emanate from the people’이라고 번역해 단어 사용이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통계기반 번역(SMT)이 단어와 구 단위로 쪼개 '확률'에 따라 단어를 선택했다면 NMT는 문맥을 파악해 문장 안에서 단어와 순서, 문맥에서의 의미 차이 등을 반영해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와 유사한 수준으로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

구글은 지난달 업그레이드에서 구글이 지원하는 103개 언어 중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터키어 등 8개 언어에 우선 적용됐다.

구글은 "전체 번역 서비스 중 이들 8개 언어 비중이 35%를 차지한다"며 "업그레이드로 번역 오류가 55~85%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 구글코리아 제공
 

구글은 또 포토 서비스에도 NMT를 적용해 유명 건물 등 랜드마크와 인물의 모습을 자동 인식할 수 있도록 학습시켜 검색의 정확도를 높였다.

사용자가 구글에 사진을 업로드하면 구글 엔진이 사진 속 인물이나 배경을 자동 인식해 태그를 붙이고, 사용자가 키워드로 검색하면 과거 사진까지 검색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결혼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웨딩드레스 또는 결혼식 모습 사진이 함께 검색되는 식이다.

한편 네이버도 구글보다 한 발 앞선 지난 9월 파파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NMT 방식의 번역을 실시했다.

처음 파파고는 한·영 번역만 지원했으나 지난 15일부터는 한·중 번역도 추가로 지원한다.

네이버는 내년에 스페인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중국어(번체), 베트남어 등 6개 언어 번역을 추가하고, 파파고에 적용된 인공신경망 번역 기술을 네이버 포털 번역 서비스 전반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 의료·법률·금융 등 '전문분야'도 진출

구글 알파고는 가장 좋은 수를 찾아내는 AI라면 IBM의 '왓슨'은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까지 가능한 좀 더 '인간스러운' 형태의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있다.

왓슨은 지난 2011년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역대 우승자들과 상대해 승리한 이래, 폭발적인 성장을 거쳐 인간이 자연어로 제시하는 질문에 답하면서 말하기, 컴퓨터 비전, 데이터 분석, 감정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이 가능해졌다.

▲ 미국 퀴즈쇼에서 우승한 인공지능 '왓슨' l 출처=AFP통신
 

IBM은 왓슨을 단순한 AI 이상으로 생각하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각, 학습,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인지(Cognitive)'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왓슨은 1초에 80조번 연산이 가능해, 책 100만권을 단 1초 만에 분석하는 빠른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다.

왓슨은 특히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해 정확한 의미를 추출하는 '자연어 처리' 기술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다.

왓슨은 농담 같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음성 응답 표현까지 습득했다.

상대방이 분노의 감정을 보이면 사과를, 슬퍼하면 동정을, 밝은 감정이라면 함께 밝은 응답을 하는 등 감정에 따라 목소리 톤까지 변화시킬 수 있으며, 대화 상대의 스타일에 맞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 낸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인간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접객이나 응대도 왓슨이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IBM측에서는 "AI가 어디까지나 인간 의사들의 작업을 돕는 보조적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지만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왓슨은 인간 의사들보다 훨씬 뛰어난 암 진단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 '왓슨' l 출처=HealthcareITNews
 
왓슨은 최근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해 대부분의 의사들이 살면서 경험하기 힘든 희귀병 환자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병원에는 '왓슨 종양학과'도 개설돼, 환자의 증상을 입력하면 왓슨이 전 세계 의료 논문과 병원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가장 유사한 증상을 찾아 의사의 진단을 돕는다.

왓슨의 정확도는 80%에 달해, 경험 많은 전문의 수준이다.

왓슨을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움직임은 유통, 금융, 의료,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 미래 예측, 연애 상담까지 '취향 저격'

마치 영화에서 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해 미래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일종의 학습 알고리즘으로, 200만개 이상 수많은 비디오 영상을 학습한 후 두개 신경망을 서로 맞대 특정 장면을 만드는 방식이다.

한 신경망은 정지된 화면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해 새로운 영상을 만들고, 다른 신경망은 영상 품질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 MIT공대에서 만든 미래예측 기술 l 출처=International Business Times
 

미래 예측 기술은 아직까지 1~2초 정도의 미래 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예측 영상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개선점이 남아있다.

하지만 파도의 움직이나 사람이 걷는 장면 정도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며, 앞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차량이나 보행자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고, 예상 영상과 실제 영상이 불일치하는 것을 가려내도록 보안 카메라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goo)’를 운영하는 NTT레저넌트가 AI를 이용해 연애상담을 해주는 '오시에루' 서비스를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네티즌으로부터 연애 관련 질문이 들어오면, AI가 그동안 축적된 3000만건의 연애 관련 질의·응답 내용의 분석을 바탕으로 질문의 문맥을 정밀 해석해 몇 분 안에 200자 전후의 답변을 제시한다.

▲ 오시에루 답변 예시 l 출처=cnet japan
 

오시에루의 답변에는 "고백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도 기쁘게 생각할 겁니다. 그저 아직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 "당신의 기분을 상대에게 너무 밀어붙이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보다 상대의 페이스를 소중히 여기며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면 자연히 두 사람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등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 지내는 수 시간, 수 일, 또는 수 년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이란 걸 알지 못 한다-스탕달' 등 위인이 남긴 명언이 포함되기도 한다. <끝>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