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반출 좌절 …퇴짜놓은 정부
구글 지도반출 좌절 …퇴짜놓은 정부
  • 전성오 기자
  • 승인 2016.11.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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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정보산업 주목받아
 
▲ 출처=구글
 

구글의 우리나라 지도정보 나라밖 반출이 결국 무산됐다.

 
 
정부는 18일 경기도 수원 원천동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 측의 거듭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18일 브리핑에서 "구글에게 위성지도 영상 중 국내 주요 시설에 대해 블러(blur·흐리게) 처리해달라고 제시했으나 구글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아 불허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외국 기업에 차별없이 공간정보 등을 개방해 사물인터넷(IoT), 자율자동차 등 신기술 발전 및 관광 활성화를 적극지원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이날 불허 결정은 국가안보차원에서 내려졌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정밀한 디지털 지도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경우 안보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정부는 앞으로 구글 측이 재신청을 하면,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구글이 반출을 신청한 지도 데이터는 땅의 기복이나 형태 등을 상세하게 나타낸 5000대 1의 수치지형도로, 오차 범위가 3m 수준이다.
 
이 지도 데이터로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지형에서부터 객체간 거리까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정부는 유사시 타격 정밀도 증가 등을 우려해 구글 측에 위성 사진 속 주요 안보시설 블러 처리(흐릿하게 처리하는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포털과 중소 지도 관련기업들은 환영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도 안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번 결정은 유감스럽다”면서 “계속해서 관련 법규내에서 가능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구글은 지난 6월초 축척 5000분의 1의 국내 디지털지도를 해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구글 본사를 비롯해 전 세계 14곳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반출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구글은 2007년부터 상세 지도 반출을 요구하며 ‘국내외 사용자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 제공’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해외에 있는 서버로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지 못해 국내 이용자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제한된 기능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구글의 주장이다.
 
구글은 "구글의 글로벌 데이터센터에서 한국 지도 데이터를 반영해야 국내에 구글 지도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구글 지도를 한국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여행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등 국내 콘텐츠 산업과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도 높아진다"고 주장해왔다. 
 
■주목받는 공간정보산업
 
구굴 지도 반출 논란으로 다소 생소한 공간정보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내·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없는 공간 정보 개방을 통해 사물인터넷, 자율자동차 등 신기술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구글 지도 반출에 대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공간정보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도를 기반으로 한 미래 산업경쟁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쳐지지 않도록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택 한국공간정보기술연구원 원장도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 (공간정보산업 육성을 위한) 태스크포스에서 면밀히 준비해야할 것"이라며 "한국 IT 산업이 고립되는 문제를 일부가 제기했지만 근거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도 데이터는 공간정보산업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 관광, 자동차, 전자기기 등과도 밀접하다.  
 
초정밀 지도는 다른 분야와 융합해 혁신을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재료로 평가받고 있다.
 
지도 데이터가 정밀할수록 자율주행차, 드론 등 추가로 창출되는 산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위치 기반 SW,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기대되는 시장이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 짚어야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로 글로벌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구글은 이에앞서 '스트리트 뷰'라는 위치기반 사업을 벌이며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사례가 있다.
 
물론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아 국내법으로 징계하기는 어렵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의 과정에 드러난 것처럼 지도반출시 해외기업이 이를 토대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쓸 지에 대한 사후관리 규정이 전무하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외기업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한국판 프라이버시 쉴드' 도입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존 사업자들은 구글의 지도 해외 반출 허용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반(反) 구글 진영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업체는 바로 네이버였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 7월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의 상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구글처럼 자금력 있는 회사가 한국에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구글이 한국에 데이터 서버를 설치하는 대신 지도를 해외에 반출하려는 데 대해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17일에도 “구글이 한국에서만 자동차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명분으로 정밀 지도를 반출하고 있지만, 현재 여러 국가에서 2만5000분의1 축척보다 질 낮은 지도로도 자동차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밀 지도를 해외에 반출하지 못해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생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네이버·T맵 2강 체제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이 좌절됨에 따라 구글은 앞으로도 국내에서 자동차 길찾기와 도보길 찾기 및 실내지도, 3차원 지도 등 고급서비스는 제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덕분에 국내 지도앱시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와 내비게이션 1위업체인 SK텔레콤은 한숨을 돌리게됐다.
 
앱 사용자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7~13일 네이버 지도의 사용자 수는 486만명에 달했다. 구글 지도 사용자 수는 243만명으로 네이버 지도 이용자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다음 지도(카카오맵)의 사용자는 178만명에 그쳤다.
 
내비게이션 앱 가운데서는 SK텔레콤의 T맵이 278만명의 이용자를 확보, 시장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카카오내비(옛 김기사)의 이용자 수는 194만명이다.
 
구글과 달리 국내 지도 서비스는 다국어 지원 등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등에 맞춰 외국어판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먹거리 시장을 선도하려면 내수 시장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도반출 논란...통상이슈 연결?
 
이번 결정에 미국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관심사로 부상했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가 구글 지도 반출 문제를 통상 이슈로 연결시킬 것을 정부측에서 우려한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최병남 원장은 이와관련, "(협의체 회의에서)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현재 미국에서 구체적인 압력 등이 나타나진 않은 상태"라며 직접적인 영향은 부인했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에 따른 우려도 협의체 내에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통상 압력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보다 강경했던 게 사실”이라며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평균 이상의 통상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 전성오기자 pens1@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