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6개사 각자도생 …로봇 지주사 오른다
현대중공업 6개사 각자도생 …로봇 지주사 오른다
  • 승인 2016.11.1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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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불황 때문에 다같이 죽을 수 없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ㅣ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사업부문을 분사해 사업별 독립회사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현대중공업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가칭 현대중공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기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사업부의 분할을 결정했다.

규모가 작은 그린에너지와 서비스 사업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할할 계획이다.

4개 주요 사업부는 인적분할을 택함으로써 전기전자에 5천억원, 건설장비에 4천억원, 로봇투자 사업부에 1.7조원의 순차입금을 배정하게 된다.

분할 기일은 2017년 4월 1일, 인적분할을 통한 재상장은 5월 10일이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JECKU)에 참석한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부문장(전무)는 “가장 효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며 이날 결정을 예고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분사는 위기극복은 물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종 선택”이라며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보틱스에 오일뱅크 지분과 현대중공업 자사주 편입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에 현대오일뱅크 지분과 오일뱅크가 가진 차입금 2조원, 기존 현대중공업의 자사주 13.4%가 편입된다.

그 외 주식은 모두 현대중공업에 잔존한다.

이로 인해 현대로보틱스가 나머지 3개 회사의 지분 13%를 보유한 상태에서 향후 실질적인 사업 지주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회장은 10.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주주는 향후 4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변화 어떻게 바뀌나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향후, 정몽준 회장이 보유하게될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출자하게 된다면, 정몽준회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이 10.15%→ 40%대로 상승하고, 최종적으로 지주사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신규순환출자고리가 발생하는데, 이는 분할후 6개월내에 청산해야 한다"며 "이 경우, 미포조선은 1,800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 확보가 가능해져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주력사업부와 불필요한 지분들이 쉽게 현금화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 존속회사의 재무비율 크게 개선

이번 분할로 현대중공업은 3.4조원의 차입금 감소와 2.1조원의 순차입금 감소는 물론, 상반기 부채비율 117%에서 100% 미만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는 동종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비율이다.

이로써 ▲조선 ▲육해양 플랜트 ▲엔진 등 본연의 사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엔진사업도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이 2,4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우량 사업이다.

이 연구원은 "훌륭한 캐시카우로서 이익 기여도가 컸던 오일뱅크와 분리되며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은 체력구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선업 시황은 2017년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7년 분할 후 다운사이징에 따른 수익구조 개선과 강화된 체력으로 시장 회복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분할을 통해 추구하는 바는 모든 사업부의 독자생존과 효율적 성장"며 "별도기준으로 무려 7개 사업부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은 복합기업으로서 불황에는 최악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과도하게 많은 사업부에서 파생되는 비효율성으로 밸류에이션 할인이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으로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예상된다"며 "분할로 새롭게 태어날 현대중공업과 현대로보틱스를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지난 5년간의 인적분할 사례

지난 5년간 있었던 인적분할 사례는 신세계(신세계백화점, 이마트), NHN(네이버, NHN엔터테인먼트), 일동제약, 샘표 등의 사례가 있었다.

신세계와 NHN 사례는 각자도생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분할이었고 그 외 대부분 사례는 궁극적으로 지주사 전환이 목표였다.

[비즈트리뷴 권안나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