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만연된 비리에 약은 없는가
[경제산책] 만연된 비리에 약은 없는가
  • 승인 2015.12.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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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은 어린 아이들도 우리나라의 정치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남(?) 모르는 돈 아니면 구린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어렸을 때, 너는 커서 무엇이 되는 것이 소원이냐고 질문 받았을 때 우리들은 의례 대통령, 군인(장군), 국무총리, 의사, 변호사, 아니면 그냥 ‘훌륭한 사람’이요 라고 대답했다.이유는 간단했다. 앞에 말한 사람들이 모두 다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사람들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떠할까? 엉뚱한 대답이 나올 것만 같다. 혹시 아이들이 답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글쎄요? 도대체 뭐가 되었으면 좋을지 모르겠는데요?” 라는 답변이 정답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 우리 사회가 부정부패와 부조리 및 비합리적인 현상들에 의하여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걱정된다. 권력과 돈이 한데 엉클어져 범벅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사회 정의는 많이 사라져 버렸다.  이상하게 남아서 변질된 관습만이 쓸쓸히 그런 모순에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 국민이 통달했다는 전문 분야는 ‘정치와 교육’이라고들 한다.  필자가 잘 모르는(?) 정치는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경제는 왜 이 모양이란 말인가?  한강의 기적이란 말이 잊혀져 가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경제적 기적을 감당하지 못해 나타나는 정치적, 사회적 혹은 문화적 부작용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아닌가? 지금 우리의 경제에는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답은 사회적 질시(질투와 시기)와 정치의 경제에 대한 간섭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로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 것도 아주 심하게 비교했다.  옆집 아이는 반에서 1등 하는데 너는 맨날 그 모양이라고 꾸지람도 많이 받았다. 한 때는 잘되는 것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서로 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살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어린 아이들도 어른들한테 배워서 서로를 비교하며 욕하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어린 아이들이 싸우길래 말리러 갔는데, 한 아이가 다짜고짜 하는 말이 “없는 XX가 어따 대고 대드느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뭐가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돈과 권력이 없다는 것이다.  누가 무슨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아이들 싸우는데 어른의 돈과 권력이 개입해야 하는 것인가?  돈 없고 권력 없으면 애들도 궁둥이 물린 강아지처럼 깨갱 하고 살라는 뜻이 되어 버린 것인가?

Game Theory를 생각해 보자.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단순 범죄라면 즉흥적으로 별 생각 없이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범죄는 어디에 원인을 찾아야 할까?  벌칙이 약한데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물건의 가치가 100원인데 최고 벌칙이 10원이라면 훔치거나 어떻게라도 시도를 하는 충동이 있을 수 있다. 여러 번 해도 걸리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정치 및 경제 범죄의 번복적 양상은 이렇듯 벌칙이 너무 약한 것에 기인한다고도 생각한다.

경제사범의 경우를 보자. 과거에 재벌의 경우, 회사 돈 먹다 걸려도 3.5 관례였다.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주장에 3년 징역에 집행유예 5년.  벌금과 형량은 작아서 해먹은 건 많았다고 보인다.  그러니 재벌이라면 너도 나도 했던 것이다. 재벌에게도 변명은 있었다.  뭐하나 하려면 정치권이 허락해 주지 않아서 정치 자금 내려면 할 수 없었다는 논리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은 항상 재벌들에게 으름장을 놓았고 또한 그들을 봐주는 대가로 엄청난 돈을 받았었다.  지금은 과연 그런 자금이 다(?) 없어진 것인가 확인해 봐야 한다.  꺼진 불도 겉으론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먹는 것 가지고 장난하던 사람의 경우도 그랬다. 독극물이나 해로운 방부제나 색소를 좀 섞어 팔아도 돈 많이 남겨서 부자 된 다음에 잡히면 벌금으로 조금 내고 나면 그만. 혹 운수 없어 징역 살짝 살아도 돈 많이 벌어서 문제가 없었다. 양잿물에 물고기 담가 크기와 무게를  늘려 돈 많이 받고 팔면 걱정 안 한다. 그런 것으로 감옥간 사람 별로 못 봤다.  어린 아이들이 먹는 과자에 이상한 것을 타서 팔아도 자기 아이만 안 먹으면 상관 없단다.  부정 식품으로 잡혀도 구멍가게에서 먹고 살자고 한 것이라느니, 소규모 영세상이라 몰라서 그랬다 우기면 벌칙이 작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먹던 음식을 남겼을 때 수집해서 다시 되팔아도 가난한 게 죄라고 혹은 아까워서 그랬다고 하면 그만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죄에는 경중은 있어도 고의적이면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치에도 같은 생각이다. 선거법을 살짝 위반해도 당선에 문제 없다고 생각하거나 안 걸리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한다고 한다. 혹시 걸리면 당선 후에 걸리는 것이니 그 때 가서 방법을 논의하자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벌칙은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당선 무효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 보궐 선거를 할 때 원인 제공한 사람이 필요한 돈 전부 내게 하면 안되나?  부풀려 얘기하면 불법 주 정차를 제외하곤 벌금형을 받아도 벌금이 많은 경우도 적다. 사회가 관대한 것인지 법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더군다나 요즘 식당에 가면 거의 강제로 발레파킹 하라는데 그 것도 법으로 정해진 것인가?  아니면 시행령인가?  아니면 왜 그렇게 해야만 되는지 모르겠다.

선거뿐만이 아니다. 정치를 하는데 돈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돈 주면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 법을 어기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돈 먹더라도 이젠 5만원권 현금으로 먹어 잡히기도 힘 든다.  또한 꼭 원화로만 돈 받는가?  아니다.  지금은 국제화된 시대여서 달러나 유로화, 혹은 일본 돈으로도 받는다.  금도 좋다.  시리얼 번호 안 적힌 다이아도 괜찮다.  걸리지만 않으면 되니까.  지금 성완종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검찰 수사가 이 번은 오래 갈까? 곧 흐지부지 끝나는 것은 아닐까?  실세의 이름들이 많이 나와 있던데 어떻게 하려나?  이 번에 여야를 불문하고 왕창 잡아들여 불법 정치 자금의 아픈 선례를 남겼으면 바란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려나 몰라?

흔히 우리는 죄인들이 살인하고도 법적으로 인간적으로 대우 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살인하고도 살아 있는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느라 죽은 사람의 인권을 있어 버리는 것이다. 먹고 병들어 아파하는 사람보다도 그런 것을 먹여 놓고도 여러가지 이유로 충분한 벌을 받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다.  우리 법에는 대부분 형량과 최고 벌금이 정해져 있다. 꼭 필요한 내용인가 묻고 싶다.  이젠 우리도 법관의 인식과 경험이 충분히 쌓여 있어 그들에게 맡겨도 된다고 본다.  나쁜 죄 지은 사람은 불법으로 번 돈의 10 배 정도의 벌금과 남을 아프게 한 만큼의 형을 살게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도망간 선장의 형량이 100년을 넘는 경우를 우리는 외국에서 보지 않는가? 분식 회계한 기업 임원과 회계사의 형량이 60년을 넘는 경우도 미국에서 보았다.  정크 본드 판매 과정에 불법을 저지른 책임자에게 엄청난 벌금과 평생 금융 사업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보았다. 우리도 쓰라린 판결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 주어야 한다고 본다. 너무 작게 정해진 벌금과 형량은 사회를 썩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남종원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