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주인 민간으로… 15년만에 민영화
우리은행 주인 민간으로… 15년만에 민영화
  • 승인 2016.11.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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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경영체제로 간다
▲ 우리은행이 출범 15년만에 민간의 품으로 넘어갔다 ㅣ YTN방송화면 캡처
 
우리은행이 출범 15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정부관리에서 벗어나 민간 주주가 경영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1.06% 중 29.69%(2억70만4400주)를 투자자 7곳에 약 2조3616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들 지분은 각각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중국 안방보험의 자회사 동양생명, 키움증권, IMM PE,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넘어간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예금보험공사가 2001년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한빛은행(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을 인수해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킨 지 15년만의 일이다.


 
■쪼개팔기 '과점주주 방식', 예금보험공사 29.7% 지분 매각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3일 공자위에서 “우리은행 지분 51% 중 29.7%를 매각해 (이 지분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 지분 21.4%를 초과한다”며 “실질적인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매각에서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매각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본입찰에서 예정가격 이상을 써낸 8곳의 후보자 중 높은 가격을 써낸 곳부터 희망지분을 낙찰받는 방식이다.

본입찰 통과 투자자 가운데 KTB자산운용은 공적자금위원회의 비가격요소 평가결과 탈락요건에 해당돼 최종 낙찰을 받지 못했다.

지분은 IMM프라이빗에쿼티(6%), 한국투자증권(4%), 키움증권(4%), 한화생명(4%), 동양생명(4%), 유진자산운용(4%), 미래에셋자산운용(3.7%) 순으로 할당됐다.

정부는 12월 중순까지 대금 수령 및 주식 양도절차를 마무리해 매각절차를 마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매각 작업이 종결 되는 대로 예보가 우리은행과 맺은 경영 정상화 이행 약정(MOU)을 해제할 것”이라며 “과점주주 중심의 자율적 경영 체제가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민간 주주들이 경영의 주요 사항을 결정해 나가는 ‘신한은행식 과점주주’ 지배구조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개입 벗어날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키움증권, 동양생명, IMM PE 등 5곳은 각각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한다.

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행장을 뽑게 된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다만, 우리은행이 진정한 민영화에 성공할 지 여부는 정부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라는 게 중론이다. 

임 위원장은 “공적자금 회수 측면을 감안해 빠른 시일 내에 남은 예보 보유지분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남은 지분 약 21%를 앞세워 경영에 간섭한다면 우리은행의 독립 경영이 차질을 빚고 정부의 남은지분 매각마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보는 이번 매각을 통해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12조7663억원 중 총 10조6485억원을 회수(회수율 83.4%)했다.

■과점주주 주도 ‘이사회 경영’

관심사는 우리은행의 향후 경영 체제로 쏠리고 있다.

정부는 4% 이상 지분 투자자에게 1명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고, 6% 이상 지분을 사는 곳에는 사외이사 임기를 3년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7곳의 과점주주 중 사외이사 추천 의사를 밝힌 곳은 IMM PE,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키움증권, 동양생명 등 5곳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은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차기 이사회는 기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 비상무이사(예보 추천) 1명 등 9명에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해 14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다만 지금 사외이사 중 일부가 중도 퇴임하면 이사진이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우리은행 이사회를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중심으로 꾸리기로 했다.

차기 행장은 이르면 내년 1월께 선임될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 본격화하나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 성공을 계기로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로의 전환 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14개 자회사 중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 비금융 자회사 6개와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을 떼어 내면서 현재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만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인터넷은행 등 금융과 기술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은행업 하나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결국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여부는 새로 구성되는 사외이사들의 몫이다. 

우리은행의 전신은행들

우리은행의 전신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이다.

2001년 한빛은행이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정부 소유 은행이 됐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2010년부터 우리은행 매각을 추진했다.

▲ 우리은행의 변천사
 
시장평가, 일단 긍정적

유안타증권은 14일 우리은행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보유 지분 중 29.7% 매각을 결정해 민영화가 될 것이라며 매각 작업 종료 후 예보와 MOU 해지가 예상돼 수익성·효율성 증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당 평균 매각가격은 약 1만1767원으로 11일 본입찰 당일 주가(1만2750원)에서 9.2% 할인된 가격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과점주주 매각은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15년만”이라며 “지난 4차례의 매각 실패를 딛고 실질 민영화를 달성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중장기로는 금융계열사 재정비를 통해 금융지주사 전환이 예상된다”며 “경남·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 이후 취약해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신한, KB, 하나 등 시중은행들과의 경쟁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매각 과정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민간 기업의 경영 참여로 수익성이 개선돼 주가 할인 축소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윤민경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