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핀테크가 성장하려면? - 한경연
한국의 핀테크가 성장하려면? - 한경연
  • 승인 2016.11.09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핀테크 ㅣ 비즈트리뷴 DB
 
핀테크, 드론, 원격의료 육성을 위해 규제프리존과 사후규제 방식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신(新)성장 산업 한·중 비교 시리즈 : 드론, 핀테크, 원격의료 분야’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핀테크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규제 방식

중국이 비(非)금융사의 핀테크 금융산업 진입을 허용하는 등 실험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핀테크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국의 핀테크 금융산업 거래금액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4433억 달러, 약 497조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지난 5년간 중국의 모바일 지급결제액 연평균 증가율은 201.6%에 달했고, 개인 간 거래(P2P) 대출금액도 연평균 527.8% 증가해 5년간 약 250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서봉교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수년간 중국의 핀테크 금융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실험적 규제완화가 핀테크 산업의 혁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초기 핀테크의 업무 영역은 지급결제(payment)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최근에는 대출, 투자 중개, 개인자산관리, 보험 등 전통적인 금융업의 고유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 교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온라인 지급결제서비스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은행만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예외 규정을 통해 비(非)금융사의 온라인 지급결제서비스를 허용했다”며, “중국 정부의 열린 접근법이 핀테크 산업 육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0년에 정식으로‘비금융사의 지급결제’법률이 통과됐고 업무허가증도 발급됐다.

그는 “중국 정부가 규제완화 성과를 토대로 사후에 법률적인 규제환경을 보완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정부는 내수소비 활성화를 위해 2008년 비(非)금융사나 개인이 자기자본으로 소액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소액대출회사 설립을 허용했고, 알리바바와 같은 비금융사가 금융서비스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2013년에는 중국 정부가 ‘펀드법’을 수정해 비금융회사가 자산운용사를 소유하고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자산운용 금융상품을 판매해 사실상의 예금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2014년부터는 전자상거래나 SNS 분야에서 사업기반을 확보한 비(非)금융사의 무(無)점포 온라인 전문은행 설립을 시범 허용했다.

이에 따라 텐센트(Tencent)는 2014년 12월 중국 최초의 온라인 은행 ‘위뱅크(WeBank, 웨이중은행)’를 설립해 모바일 소액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설립된 알리바바의 마이뱅크(MYbank, 아리온라인은행)는 출범 1년 만에 누적 대출금액이 492억 위안(약 8조 2천억 원)을 기록했으며, 서비스 이용자도 3천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규제가 핀테크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봉교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핀테크 산업 발전의 가장 핵심영역인 비금융회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요원한 실정”이라며, “중국이 기존의 엄격한 규제를 풀고 핀테크 산업에 예외적으로 실험적인 규제완화를 단행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카카오은행(카카오)’과 ‘케이뱅크(KT)’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예비인가가 허용됐으나,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사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불확실해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한국 은행법 16조 2항은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주식보유제한 규정’에 따라 전체 은행 의결권 주식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20대 국회에서 강석진 의원, 김용태 의원 등이 은행법 일부를 개정해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 드론 ㅣLGCNS
 
드론산업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규제방식

드론산업의 후발주자인 중국이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적용하는 등 선도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드론산업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드론 제조사인 DJI(다장촹신커지)는 세계 민간용 드론시장의 70%를 장악하는 등 현재 글로벌 드론산업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DJI는 지난 4년간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DJI의 매출액은 2010년 300만 위안(약 44만 달러)에서 2014년 28억 위안(약 4억2000만 달러)으로 1000배 가까이 늘었다.

또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드론산업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 중국의 이항(亿航)은 세계 최초의 유인드론을 개발했으며,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도 드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오철 상명대 교수는 “DJI는 최초의 드론 제조사가 아니며 중국도 상업용 드론을 처음으로 개발한 나라가 아닌데도 이처럼 빠른 속도로 드론산업을 선점해 가고 있는 데에는 신성장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용 드론의 발전 과정을 보면 중국 정부가 드론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예외적으로 선(先)허용·후(後)보완 형태의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등 기술수용적인 정책 방향을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IT 관련 기술 경쟁력은 갖추고 있지만, 융합산업 배양을 가로막는 제도와 규제로 인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오 교수는 “드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프리존 설정 등 다각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론산업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의 특징은 규제완화와 민간의 자유로운 경쟁촉진, 문제점에 대한 사후보완과 유망 활용분야로의 인센티브 부여”라며, “우리나라도 민간의 혁신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신성장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에 대한 중국과 한국 비교

중국이 원격의료 서비스 도입을 통해 의료접근성과 의료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의료기관의 불균등한 분포, 의료인력 부족, 낮은 의료서비스 등 낙후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부터 의료개혁의 핵심적 사업으로 의료기관의 원격의료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중국 정부의 ‘의료기구 원격의료서비스 추진에 관한 의견’ 발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 제공되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도입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중국 최초로 원격의료서비스 기관으로 비준된 광동성 제2인민병원은 지정된 지역 보건소나 약국을 통해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자문·진료, 전자처방전 발급, 의약품 구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원격의료 서비스 도입이 답보 상태다. 현행 의료법은 원격의료 주체를 의사와 의사간으로만 한정해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2013년 의자와 환자간의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지만, 국민 건강에 대한 안전성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폐기된 바 있다.

이찬우 서원대 교수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원격의료 관련 규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나라는 명문화한 법령을 통해 허용범위가 결정되는 반면, 중국은 구체적인 규정을 두기보다는 원격의료를 장려한다는 원칙 선언을 통해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원격의료와 관련해 비의료인에 의한 원격의료 금지, 각 성(省)급 위생·보건 행정당국 비준을 받은 의료기관의 원격의료 허용 등의 원칙만 규정하고 원격의료 주체나 서비스 범위 등은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은 원격의료 시행 이전에 명확한 규정을 두고 도입에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격의료 시행으로 발생되는 문제를 사후 보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우리도 원격의료 서비스 도입을 위해 규제를 과감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즈트리뷴 변재연기자 byun6270@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