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운 물류대란과 대주주 책임논란
[기자수첩] 해운 물류대란과 대주주 책임논란
  • 승인 2016.09.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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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한진해운
 
[비즈트리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이후 물류대란이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 최은영 전 회장이 100억원을 마련,해 투입하면서 숨통이 그나마 트였다. 

하지만 법원이 추산하는 하역 소요비용 1700억원에는 여전히 1000억원 가량이 부족하다.

문제는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 경영에서 손을 뗀 '한진가 오너'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압박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재계는 물론 해운업계에서는 정부 당국자들이 '법적인 테두리'에서 벗어난 요구를 하며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엄연히 한진해운은 지난 8월31일 법정관리로 넘어간 상황이다. 서울지방법원은 한진해운이 신청한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아들였다.

도대체 법정관리란 무엇인가.

법원에서 정한 관리인이,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에 대해 일정기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한진해운의 경영은 사실상 법원이 선정한 관리인(석태수 전사장)이 맡게됐고, 한진그룹은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당국자들은 연일 언론을 통해 '오너 책임론'만을 언급하며, 여론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진가 오너에게 '도의적인 책임'은 물을수 있어도 전적인 책임을 묻고 대한항공 등 대주주 관계 기업에게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어렵다.

이같은 접근은 물류대란을 조기에 수습하는데 도움이 되지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혼란만을 양산할 뿐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주주에 대한 사재출연 강요는 주식회사 유한책임 법리를 넘어선 초법적 요구”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법적 근거도 없는 ‘주주의 무한책임’을 강요하고 있어 회사법상 주식회사 제도를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법정관리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인데, 이미 자기 손을 떠난 회사를 대주주라는 이유로 개인적인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한진그룹의 추가 지원요구는 배임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와 상당수 기업인들은 이미 '한화 사례'를 통해 '구조조정의 배임리스크'를 학습했다. 

한화 김승연회장은 지난 2011년 부실 계열사인 한유통과 웰롭을 부당 지원하는 등으로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야했다.

김 회장은 당시 조치를 통해 부실 계열사를 살려내고, 그룹 전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았음에도 법은 냉정했다.

현행 형법은 배임을 ‘자신의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기업인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한 고의적 경영 판단이 아니더라도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벌감시에 남다른 경제개혁연대도 지난달 한진계열사의 부당지원 위험을 지적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18일 "이미 대한항공과 한진 등은 한진해운에 상당한 자금을 지원한 상태이며,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해운의 재무구조 악화로 지분법 손실 위험도 존재한다. 향후 한진해운의 회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계열사들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계열사 임원들의 배임 논란뿐 아니라 계열사들의 동반부실도 우려된다. 현재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자체도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계속 한진해운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각 계열사 이사들의 합리적이고 신중한 판단에 의한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당국은 현 상황에, 적절치않은 '구조조정 원칙'만 반복하며 '한진 오너와 한진계열기업'를 몰아세우고 있다.  

법정관리의 개념조차 모르는 듯, 답답한 '멘트'만 흘러나오니 해운업계는 더욱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선주사 시스팬(Seaspan) CEO인 제리 왕(Gerry Wang)은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Bloomberg) TV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최대 컨테이너 운송회사인 한진해운의 파산은 해운산업에 있어 2008년 리먼 위기와 유사한 영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핵폭탄급으로 세계화의 이정표인 공급사슬을 흔들어 놓았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사태에 버금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과 채권단는 이번 사안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전향적인 상황 판단으로 한국 해운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말았으면 한다.   

우선 물류 대란을 수습하는 게 순서다.

지금이라도 법원과 정부, 채권단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DIP(법정관리기업에 대한 대출) 금융을 제공하는 게 우선이다. 

법정관리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치죄(治罪)를 하는 것은 물류대란이 일단락된 뒤 꺼내도 충분하다.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