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원의 경제학...조양호 웃는다
환율 10원의 경제학...조양호 웃는다
  • 이정인
  • 승인 2014.04.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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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환율 1,000원에 근접할수도"… `비상'
원화값이 치솟고 있다. 9일 1달러에 1041원까지 하던 원화가 10일에는 1030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원화가격이 강세를 보이면 누가 웃고 누가 얼굴을 찡그릴까. 기러기아빠들은 같은 돈으로 많은 달러를 송금할 수 있어 얼굴이 펼 듯싶다. 해외여행 배낭족에게도 낭보다. 해외직구족이 늘고 있는 요즘, 이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수출진작책을 쓰는 경우는 원화약세, 내수에 초점을 두면 원화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일본 아베정권이 엔화약세를 통해 일본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정부가 내수 서비스 산업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원화강세의 배경 가운데 하나다. 
 
기업들은 어떨까. 수출기업들은 비상이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음식료, 유틸리티, 항공)의 입장은 정반대다. 환율 10원이 오르고 내릴때마다 울고 웃는다. 삼성, 현대차는 수출대기업이다. 표정이 좋을리 없다. 국내 수출기업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을 1달러당 1080원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환율이 1000원 부근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그야말로 '비상경영'이 일상이 될 분위기다.
 
하이투자 박상현 연구원은 10일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원화 강세를 어느정도 용인하겠지만 급격한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어 속도 조절차원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며 "원/달러 환율의 저점 수준은 1020~30원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이건희-정몽구회장, "긴장되네"
 
원화 강세로 순이익이 타격을 받는 업종은 해상운송, 조선, 전기전자, 휴대전화부품, 디스플레이, 반도체, 화학, 자동차, 건설 등이다. 이들 업종은 내수보다는 수출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달러로 결제하는 매출액 비중이 높아 환율 민감도가 크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비중은 75∼8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액이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감소하는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 조건이 불리해진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을 빚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환율 하락에는 경상수지 흑자지속과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하락세가 지난해처럼 이어진다면 수출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양호회장 "웃는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이 원화강세로 고민하지만, 대항항공 조양호 회장의 입장은 다르다. 환율 10원만 내려도 1000억원의 이득이 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구입하거나 대여할때 금융비용의 변동성이 심하다. 여객기와 화물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항공기들의 가격이 워낙 높아 국내 항공사들은 많은 부채를 안고 항공기를 사거나, 대여료를 지급하고 운항을 한다. 이 과정에서 보통 결제는 대부분 달러로 이뤄진다.
항공기 구매로 약 76억달러에 이르는 달러금융 부채를 안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10원 내릴 경우(원화 강세) 약 760억원의 외화평가이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금 결제와 환헤지 등을 위해 매년 약 28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환율이 10원 내리면 약 280억원의 이익을 추가로 얻게 된다. 원화 강세의 또다른 수혜는 항공유 도입가격이 내려간다는 점. 대한항공은 매년 평균적으로 3200만배럴 정도의 항공유를 쓰는데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10원 내릴 경우 약 40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과 달리 항공기를 대부분 빌려서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금융비용이 약 130억원 줄어들고, 항공유 지출비용도 약 160억원 가까이 줄어든다.
 
포스코는 애매하다. 포스코의 경우 환율 하락으로 원재료 수입 비용은 줄어들지만, 수출이 매출의 40%를 차지해 환율 효과는 상쇄되고 말기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유틸리티 업종과 대상과 오리온, 농심 등 음식료 업종은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비용이 감소해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증권, 보험, 유통 등은 내수 비중이 높다는 영업 특성상 환율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