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영자, 영어의 신세되나
롯데 신영자, 영어의 신세되나
  • 승인 2016.07.0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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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자 이사장 ㅣ 비즈트리뷴 DB
 
[비즈트리뷴] '유통가의 대모’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이 구속영장을 청구받았다.

법원은 신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오는 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신이사장이 영어의 신세를 면하지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4일 신 이사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의 혐의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51)로부터 뒷돈을 받고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편의를 봐준 배임수재다. 

네이처리퍼블릭 외에 화장품 회사 3곳과 외식 업체 등에서도 백화점이나 면세점 입점에 편의를 봐준다는 명목으로 뒷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이사장이 이러한 명목으로 받은 돈의 규모는 약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로비에 나선 입점 희망업체들은 신 이사장이 실질 운영자로 알려진 BNF통상과 컨설팅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신 이사장측에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딸들의 급여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세 딸의 이름만 BNF 통상의 등기임원으로 올리고 급여 명목으로 돈을 챙긴 혐의를 확인했다.

세 딸 외에 다른 직원의 이름도 가짜로 올려놓고 월급만 챙겨갔는데 이렇게 빼돌린 회삿돈(횡령)이 4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누구?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고(故) 노순화씨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다. 

신 이사장은 31세이던 지난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하며 롯데그룹의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983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롯데백화점 영업담당 상무, 롯데쇼핑 총괄부사장·사장 등을 지내며 롯데그룹의 유통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그룹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201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로 롯데 계열 멀티플렉스인 롯데시네마 안에서 매점사업을 하다 비난여론이 일자, 지난 2013년 롯데시네마는 매점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결국 일감이 끊긴 두 회사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1월 해산했고, 신 이사장의 개인회사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만 남아있다.

■신 이사장의 지분 보유현황은

신 이사장은 상장계열사 지분만 1900억원치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에선 등기이사로 등재되어있다.

상장사 가운데는 △롯데쇼핑(0.74%) △롯데제과(2.52%) △롯데푸드(1.09%) △롯데칠성음료(2.66%) 등 4곳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롯데쇼핑 471억 원, 롯데제과 701억 원, 롯데푸드 128억 원, 롯데칠성음료 587억 원 등 총 1887억 원어치에 달한다. 

비상장사의 경우 △롯데상사(1.33%) △코리아세븐(2.47%) △롯데닷컴(1.3%) △한국후지필름(3.51%) △롯데알미늄(0.13%) △롯데건설(0.14%) △대홍기획(6.24%) △롯데정보통신(3.51%) △롯데캐피탈(0.53%) △롯데카드(0.17%) △롯데멤버스(0.17%) △롯데물산 △롯데리아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55%)등 14곳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자이언츠 △부산롯데호텔에선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롯데리아, 롯데건설, 대홍기획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라있다.

■ 지난해 연봉만 32억원

신 이사장은 지난해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의 이사로 받은 급여만 32억68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아들 장모씨가 소유한 BNF통상을 통해 정 전 대표에게서 롯데면세점 입점청탁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억∼20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뒷돈 수수 의혹은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및 경영 행태와 맞닿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롯데는 그동안 폐쇄적인 기업경영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소수 계열사만 상장됐다. 비상장 계열사 중에는 가족회사가 많아 외부 견제·감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계열사 일감을 독점해 생존하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창업주 맏딸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도 견제할 시스템이 없었다는 얘기다. 

신동빈 회장이 약속한 대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롯데 경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절박감에서 뒷돈 유혹을 뿌리치지못한 게 아니냐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창업주의 맏딸인 신 이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롯데그룹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사건은 이른 나이에 경영 요직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금수저 재벌 3~4세들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