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경영화두 “기존 SK틀을 깨라”
최태원 경영화두 “기존 SK틀을 깨라”
  • 승인 2016.07.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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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아닌 Sudden Death 시대의 변화 생존법 모색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 참석, 관습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존 SK를 바꿔달라고 CEO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캐주얼 차림에 무선마이크를 단 채 역설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l SK 제공
 
[비즈트리뷴] 최태원 SK 회장이 작심하고 주력 계열사 CEO들에게 하반기 경영화두를 던졌다.

브렉시트(Brexit) 현실화에 이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18개월 연속 수출 감소 등이 겹치면서 올 하반기는 미증유의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인 만큼 각 CEO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환골탈태의 변화와 혁신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한 것이다.

특히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폭과 깊이는 우리의 생각 이상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조직∙문화 등 기존 SK틀을 깨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SK 계열 CEO들에게 관습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으로 각사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최적의 사업∙조직∙문화의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계획을 하반기 CEO세미나 때까지 정하고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 지금은 Sudden Death 시대…뿌리부터 변하지 않으면 끝장

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예정에 없던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현 경영환경 아래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Slow가 아니라 Sudden Death가 될 수 있다”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산하 7개 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 16개 주력 관계사 CEO 및 관련 임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근본적 변화에는 형식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몸으로 말하듯 CEO들에게 ‘TED 방식’으로 강연하면서 변화 필요성을 주문했다.

형식을 갖춘 회의에서 변화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낡은 방식이라는 뜻이다.

무선 마이크를 달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CEO들 앞에선 최 회장은 SK그룹에 닥친 위기서부터 변화의 대상과 방법 등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최 회장은 “우리 임직원이 SK를 선택한 이유는 SK에서 일하는 것이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 보다 더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며, SK가 존재함으로 인해 사회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현실의 SK그룹은 ROE(자기자본이익율)가 낮고 대부분의 관계사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SK 임직원은 스스로도 행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SK 역시 사회에 행복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업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이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돈버는 방법, 일하는 방법, 자산의 효율화 등 3대 변화가 선결돼야

최 회장이 이날 모인 CEO들에게 주문한 것은 모두 3가지다.

우선 최 회장은 “환경이 변하면 돈 버는 방법도 바꿔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지 등 사업의 근본을 고민해 봤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의 성공이나 지금까지의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출퇴근 문화에서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보상, 채용, 제도∙규칙 등이 과연 지금의 변화에 맞는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관성을 버리고 열린 눈으로 일하는 방법을 바라봐야 틀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와함께 “중장기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재원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산효율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을 효율성(Efficiency)과 유연성(Flexibility) 있게 관리하면 변화의 속도에 맞게 준비(Readiness)가 가능해져 어떤 사업에 어떤 자산을 최적으로 투입할 지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최태원 회장 ㅣ SK그룹
 
■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나누는 것이 진정한 변화의 목적

최 회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변화의 대상과 방법 보다는 궁극적인 변화의 목적이라고 SK측은 설명했다.

최 회장은 “저성장 구조 하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SK는 안정과 성장을 이룰 수 없게 돼 결국 SK 구성원은 물론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마저 위협받게 된다”면서 “SK가 환골탈태하려는 궁극적 목적은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나누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SKMS(SK경영관리체계)에서 강조한 ‘구성원이 자발적(voluntarily)이고, 의욕적(willingly)으로 두뇌활용을 극대화(brain engagement) 할 때’ 비로소 행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사회로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이런 환경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도록 SK 경영진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최태원 회장이 던진 화두는 그간 강조돼온 변화의 속도∙깊이 등 2차원적 개념을 넘어 변화의 대상∙방법, 그리고 변화의 목적까지 아우른다”면서 “앞으로 SK 관계사들은 최 회장이 제시한 방향성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들을 일으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TED 방식은 Technology(기술), Entertainment(오락), Design(디자인) 등 분야에 대해 18분을 넘기지 않는 시간 동안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강연 형식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비즈트리뷴 권안나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