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 현대重 최길선, 비상경영 설명회...왜?
[위기의 조선] 현대重 최길선, 비상경영 설명회...왜?
  • 승인 2016.07.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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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 직접 회사상황 설명
▲ 최길선 회장 ㅣ 현대중공업 제공
 
[비즈트리뷴]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비상경영설명회’를 1일 개최했다.

이날 울산 본사 사내 체육관에서 열린 비상경영설명회에는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과 김정환 조선 사업대표 사장, 김환구 안전경영실 사장을 비롯한 7개 사업대표들이 직접 참석해 현재 회사 상황을 종업원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분사, 희망퇴직, 근무시간 단축 등 일련의 경영개선 계획에 대한 이해와 함께 수주 절벽에 따른 일감 부족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승인 받은 자구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도 있었으며, 현장 질의응답 등을 통해 종업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들을 사업대표들이 직접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최길선 회장은 “과거 오일쇼크나 리먼사태 때보다 훨씬 크고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아 우리의 모든 약점이 드러났다”며,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고비용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수주가 회복되는 상황이 올 때 반드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경쟁력 회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자구안 추진 과정에서 불편과 어려움을 겪겠지만,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주식 및 부동산 매각 등 경영개선활동을 통해 약 4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을 달성했지만, 수주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8년까지 총 3조5천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하고, 경영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는 직책자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으며, 참석 못한 직원들을 위해 사내 방송을 통해 전 사업장으로 생중계했다. 

현대중공업은 전 임직원이 회사의 경영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전 사업장의 조업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다음은 비상경영설명회 질의 응답.

-회사는 계속 힘들다는 얘기만 하는데, 현재 회사가 현금이 부족하다면 지금까지 쌓아둔 사내유보금을 풀어 종업원 고용보장, 임금인상 및 복리후생 재원으로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사내유보금은 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세후 이익에서 배당금 등으로 지출한 금액을 제외하고 사내에 현금 또는 설비투자나 부동산 등 다양한 형태로 남겨둔 것을 말합니다. 이같은 가치가 회계상 표현된 것입니다. 만일 사내유보금이 전부 현금이라면 굳이 비싼 이자를 주고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습니다. 작년 사업보고서 공시 기준 우리 회사 사내유보금은 12조 4,449억원이나 이중 현금은 10% 수준인 1조 3,323억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우리 회사는 매월 2조원을 넘게 사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회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입니다.

-분사를 통해 독립회사를 만들면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지는지. 그리고 분사 회사로 이직한 직원들의 고용보장과 임금보전 약속은 지켜지는지.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하신 분들은, 분사되는 회사로 전적하시더라도 정년 시까지 고용이 보장되고, 본인이 원하면 3년까지 정년 후 계약으로 더 근무할 수 있습니다. 분사하는 회사의 임금 수준은 현대중공업보다 다소 낮지만, 최대 15년간 차액을 보전해 드립니다. 분사는 단위사업을 독립하여 운영하는 사업분사와 우리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던 직무 중 일부를 분사하는 직무분사 2종류가 있습니다.
먼저 직무분사로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지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그룹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우리 조선사업본부의 원가구조를 비교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선박영업본부에서, 우리 조선사업본부의 원가가 삼호중공업의 원가보다 선종별로 5~8% 비싸 경쟁력 있는 수주를 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삼호 수준으로 원가를 개선했다면 작년에 5,120억원(6.4%)를 절감하여 오히려 600억원(0.7%)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입니다. 지원 직무가 회사 안에 있으면 현재의 획일적 임금체계로 이러한 구조를 바꿀 수 없습니다. 직무분사를 통해서 외부화해야만 회사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가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사업분사의 효과는 사례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린에너지사업부는 2014년 -6.3%의 영업적자를 내었는데, 독립경영체제가 시작된 2015년에 3.2%, 올해 5월까지 7.4%의 영업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로봇사업부는 작년 7월 독립사업본부로 전환되어, 2015년 0.5%였던 영업이익이 독립경영이 본격화된 올해에는 6.1%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그동안 규모가 작아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사업들이 독립경영 이후 간접비 부담 감소, 사업별 특성에 맞는 제도와 시스템 구축,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경영체질을 개선하여 비약적으로 영업이익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조선/해양 중심의 획일적 관리체계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사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점차적으로 분사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고정연장근로 폐지 시 급여가 얼마나 줄어들며, 오늘부터 17시에 퇴근이 가능한가? 그리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고정연장근로가 부활되나?

▲고정연장근로 폐지에 따른 급여 감소폭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약 월 50만원의 금액이 줄어듭니다. 고정연장근로 폐지로 급여가 줄어들게 되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고정연장근로 폐지는 고용보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수주 절벽으로 일감이 급감한 현재 상황에서 고정연장근로 폐지는 회사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당장은 급여가 다소 줄어들 수 있겠지만, 회사가 생존해야 직원들이 생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므로, 사우 여러분의 이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