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금리인하 어디까지...자구책 마련 고심
시중은행 금리인하 어디까지...자구책 마련 고심
  • 승인 2016.06.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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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비즈트리뷴 윤민경기자
 

[비즈트리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전격 인하한 후 시중 은행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금리에 대처하기 위해 예적금 수신금리를 일제히 0%대에서 1% 초반으로 인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로 은행들이 수신상품의 금리를 전격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하 조치로 예·적금 금리가 1%대 초반으로 떨어질 경우 사실상 소비자의 체감도는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워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저축은행 및 증권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작년 6월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12개월 만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여수신 금리차인 예대마진으로 수익성을 챙기고 있는 은행들의 입장에서 이번 한은의 금리인하는 은행들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하 릴레이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의 수익성은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55%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2년 2.10%였던 NIM은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말에는 1.58%까지 하락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인하와 동시에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리인하 선제타자로 나선 우리은행은 거치·적립식·입출식 수신상품의 금리를 0.05∼0.25%p 내린다고 공시했으며 KEB하나은행도 수신금리를 0.1∼0.25%p 안팎으로 낮추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한국씨티은행들도 금리 인하를 밝히며 인하 행렬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14일부터 일반정기예금과, 자유적립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1.05%에서 연 1.0%로 0.05%포인트 내렸다.

농협은행은 또 ‘큰만족실세예금(개인)’ 금리를 연 1.30%에서 연 1.20%로 0.10%포인트 인하했다. 주택청약예금의 금리는 연 1.70%에서 1.60%로 떨어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날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의 금리를 낮췄다. ‘참 착한 기업 통장’은 잔액 1000만원 미만의 경우 금리 연 0.10%에서 0.01%로 0.09%포인트 인하했. ‘비즈니스 에이플러스 통장’의 금리는 연 0.20%에서 0.10%로 0.1%포인트 내려갔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KB퇴직연금정기예금과 와이즈(Wise)퇴직연금정기예금 변동금리형 상품의 기본금리(1년 기준·3개월 회전)를 1.05%에서 0.85%로 낮추긴 했지만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일제히 0%대로 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초저금리 위기 속 고객확보에 나선 시중은행

다만 신한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일부 상품의 수신금리를 인하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3개월간 출시된 상품 중에서 2~3개 상품의 수신금리를 그대로 두는 방안을 최종 검토 중이다.

이밖에 다른 시중은행들도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의 수신금리가 사실상 0%대로 떨어지면서 은행권이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묘안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은행들은 다른 업종과의 협업을 통해 연계상품을 출시하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고객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예적금과 펀드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NH금융상품마켓 상품가입 대고객 이벤트'를 내달 말까지, 공인인증서 신규발급 대고객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SC제일은행은 자유입출금통장인 마이플러스통장의 출시 1주년을 기념해 6월 말까지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골드바(10돈)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은행권의 이 같은 이벤트와 서비스 개선이 계좌이동제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 때처럼 말그대로 '반짝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하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서 일시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일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마케팅이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 윤민경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