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조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시장에서 제기되는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2가지이다.
생산능력을 감축하거나, 업체간 통폐합을 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삼성증권 한영수 연구원은 이와관련,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할수도 있고, 두 가지 모두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형조선소(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가 포함되는 업체간 통폐합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현실적인 장애요인은 무엇일까.
한 연구원은 "우선 대형조선사들 사이의 합병은 기존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대형 조선사가 모두 상장사인데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및 합병은 기존 경영진과 기업소유 주체에 변화를 가져오는 행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인수 혹은 합병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업체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세계 1위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나 대규모 손실로 자본총계가 올해 1분기말 4,216억원에 불과하며 부채비율이 4,351%에 달하여 인수 및 합병의 주체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대우조선해양은 또한 장기적으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2년간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19%, 254% 수준이다. 여전히 KOSPI 평균인 284% (2015년말) 대비 낮은 수준이다.
‘미래의’ 손익 악화와 현금흐름 악화가 예상되는 점은 사실이나 ‘현재의 재무상태’는 사실 한계상황이라 보기 어려운 기업이란 얘기다.
한 연구원은 "이는 아직까지, 정부 혹은 채권단이 경영권의 변화를 가져오는 급진적인 변화를 강요할 근거도, 또한 기존 경영진과 기업 소유주체가 이를 받아들일 논리도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3사 및 관련 계열사는 현재운항 중인 드릴십, LNG선, 13,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LPG선의 76%, 67%, 85%, 42%를 건조했다.
해양생산설비의 경우도 10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한국 대형 3사가 독점적으로 수주해왔으며, LNG FPSO와 같은 설비는 한국조선소만이 수주 및 건조 경험을 보유 중이다.
우리의 경쟁국 혹은 선박·해양구조물 구매국들과의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 연구원은 "이미 지난 해 11월 OECD 조선회담에서 유럽은 한국의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을 비난한 바 있다"며 "실제로 현재 조선 및 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이 정부가 아닌 채권단 주도로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 역시 경쟁국들의 WTO 제소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주산업에서 수주 확률은 생산능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한 연구원은 "경쟁력이 유사한 다섯개의 조선사가, 어떤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각 업체의 수주 확률은 산술적으로 각각 20%지만 2개업체가 합병을 결정 할 경우, 신규 합병법인의 건조 능력은 두배 가까이 증가하지만(40%), 수주확률은 25% 내외로 건조능력 증가분만큼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3사간의 인수합병은 장기적으로 한국조선산업의 고부가선 수주 확률을 높이기 보다는 오히려 중국조선소의 고부가선 시장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국익상으로도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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