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악한 옥시의 진상...피해자 눈물 어떻게 닦아주나
[기자수첩] 추악한 옥시의 진상...피해자 눈물 어떻게 닦아주나
  • 채희정 기자
  • 승인 2016.04.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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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방송화면 캡처
 

[비즈트리뷴]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추악한 옥시(옥시레킷벤키저, 현 RB코리아)의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100명이 넘는 산모와 어린 아이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자그마치 1528명의 피해신고자 가운데 무려 239명이 사망한 ‘초대형 참사'가 아닐수 없다.
 
그럼에도 가습기를 주도적으로 유통시킨 옥시는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정부당국은 사실상 강건너 불구경하듯 감독의무를 방기한 채 5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그 동안 가족들과 아이들의 생명을 잃은 수많은 피해자 가족들은 거리로, 옥시가 있는 영국 본사로 나서 울분을 토해야했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을 주도한 '옥시'의 행태는 충격 그 자체가 아닐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민원 담당 직원들에게 "200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쓴 사람들이 호흡 곤란 등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직원 2명은 2001년부터 2011년 사이에 옥시 민원 담당으로 일했다.
 
옥시는 문제 상품인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2001년에 출시했고, 임산부 4명이 원인모를 폐손상으로 사망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이슈로 불거진 게 지난 2011년이다.
 
이들은 민원담당으로 일하면서 "구토와 어지럼증,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면서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같다는 소비자 의견이 수십 건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옥시측은 "가습기 살균제에 인체 유해 성분이 없기 때문에 증상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는 아니다"는 답으로 일관했다는 게 이들의 진술이다.
 
한마디로 옥시 경영진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정황 증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또 옥시의 의뢰로 실험을 진행했던 KCL 연구진을 지난달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옥시 측이 실험 보고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옥시는 2011년 9월 말 KCL과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진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흡입독성 동물실험을 동시에 의뢰했다.
 
KCL 연구진은 2011년 12월 중순경 PHMG의 농도를 6.6배로 놓고 흡입하게 한 쥐의 폐 조직이 실험 4주만에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폐 섬유화’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쥐의 폐포(肺胞)와 혈관 등이 막혀 폐에 세척액이 들어갈 수도 없을 정도로 섬유화가 진행됐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옥시의 이를 무시했다.
 
옥시측이 서울대 연구팀에 의뢰한 생식독성실험에서도, 서울대 연구팀은 임신한 쥐 15마리 중 태아 13마리가 사망했다는 결과를 도출해 가습기 살균제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하다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고 간, 신장 등 폐 외에 다른 장기의 손상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옥시측은 이 보고서도 은폐, 묵살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옥시측이 생명의 소중함은 뒷전으로 하고 돈벌기에 급급했던 '천민자본'의 추악한 얼굴을 엿보는 대목들이다.
 
21세기 한국사회 곳곳에 '세월호' 참사에 이어 '가습기 살균제'참사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꽃다운 영혼들의 한이 도처를 헤매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한다. 소득 3만달러의 선진한국이라는 거창한 비전을 공유하기에 앞서, 더이상 '기본을 챙기지않아'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하는 '후진 한국'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더불어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과 진실을 규명해야한다. 정부는 이같은 사태가 재발되지않도록 관련제도를 정비해야 마땅하다.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