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부회장 타이틀 내려놓는 구본준…"당분간 계열분리 없다"
15년 부회장 타이틀 내려놓는 구본준…"당분간 계열분리 없다"
  • 이연춘
  • 승인 2019.02.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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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구본준 LG 부회장이 지난 15년간 이어온 '부회장' 타이틀을 내려놓는다.

고(故) 구본무 회장이 와병 중일 때 회사를 이끌었던 구 부회장이 다음달 15일 열리는 LG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회사 등기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구 부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4세 경영인 구광모 회장의 숙부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퇴임 수순을 밟았다. 구 부회장이 조카인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 안정에 힘을 보태주기 위한 행보로 일각에선 분석한다. LG가(家)는 장자가 경영을 승계하고, 다른 형제들은 계열분리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비상근 고문직으로 이동하며, 다음달 주총 시즌 전에 현재 맡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구 부회장은 현재 LG화학에서도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LG화학의 등기이사직은 다음 달 만료된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04년 LG필립스LCD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머쥐었다. 그는 한 때 '구원투수'라 불릴 만큼 LG 계열사를 두루 거쳐 형인 고 구본무 회장을 보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7년 당시 금성사였던 LG전자 PC 및 모니터 기획담당 부장으로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LG에 첫 발을 들였고 이후 LG전자,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옛 LG 필립스 LCD), LG상사 등을 거쳤다.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1년 LG전자가 위기에 처하자 구원투수로 5년여 동안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이후 2015년 연말인사에서 지주사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지난 2016년 에는 경영회의체를 이끌며 부회장의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

구 부회장은 와병 중이던 형을 대신해 그룹을 대표하며 승계 과정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구 회장이 작고한 직후 사업보고회 주재를 하현회 부회장에게 넘기는 등 그룹을 떠날 준비를 해왔다.

 

구광모 회장이 예상보다 일찍 대외활동 폭을 넓히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구 부회장의 경영 퇴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구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구 부회장의 계열 분리 청사진이 딱히 그려진 것은 아니다. LG 측은 "구 부회장은 대주주의 일원으로 있는 것이며 당분간 계열 분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